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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린 작가가 그려내는 원색의 조합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의 표현주의적 작품을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곧이어 마대천과 한지 등 질료의 특성으로부터 오는 미감의 차이가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가능하게 하고 독특한 생명력을 내비춘다. 주름진 한지와 두껍게 깔린 아크릴 물감이 만나는 지점에서 자연의 이미지는 평화와 사색을 노래한다.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인간 세상의 흔한 풍경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서, 본 작업은 조형적인 실험이자 내러티브의 실험으로서 감상자의 시각을 확장시킨다. 그 과정에서 원형적, 관습적 상징체로만 인식되던 나무는 인간과의 소통을 거쳐 상생하는 존재로 재탄생한다. 한편, 선이 아닌 색으로 분할된 캔버스의 각 공간은 그 자체로 패턴이 되어 활기를 띤다.
자연은 언제나 안식처를 찾아 헤매는 인간에게 따뜻한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네곤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바위와 풀에게 말을 걸었던 것처럼, 자연을 우리네 공간으로 초대한다면 어떨까요? 김이린 작가의 작품은 인간 세상에 ‘놀러 온’ 자연물의 모습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색색의 나무들은 마치 친한 친구처럼 소파에 기대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피아노 건반을 하나씩 눌러보고 있기도 하지요.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공간에 발을 들여 휴식을 취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괜스레 모든 일상이 특별해지는 듯합니다. 쳇바퀴처럼 지루하게 흘러갈지라도, 우리의 하루 또한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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