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회화
박사
홍익대학교
회화
석사
안녕하세요. 예술을 통해 존재성을 확인하며 살아가는 이주이입니다.
Q. 미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이란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아이 때부터 줄곧 그림을 그리고 만들었다고 합니다. 미술이란 것이 저에겐 놀이며 친구였으니깐요.
Q. 추구하시는 작품 스타일이 궁금합니다.
본인의 작업은 두 가지의 대립에서 이루어지는 내용들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것입니다. 때론 검은색과 흰색, 평면과 공간, 그리고 작품과 감상자들을 서로 마찰시켜 우연의 조형성과 시간성을 드러내는 작업입니다.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어떤 '사회적 정의'라는 것을 멀리서 보면 그 형태가 명확하게 보이다가도 가까이 다가서면 그 경계들이 모호해지고 그 색들도 모호하게 되는 현상을 경험을 하여 자신도 모르게 유동적이게 됩니다. 이러한 명확함들과 모호함들의 경계에서 느끼는 감촉, 시각, 냄새, 소리 등등.. 모든 감각들을 동원하여 그 실체를 나타내고자 하는 작업을 진행중에 있는데, 그 경계에 서 있는 '관찰자들'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것입니다. 우리는 일상적인 공간이 아닌 특정장소, 특정 시간에 자신을 노출시킴으로써 이전과 다른 감각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 감각은 시간성에 따라 결국 또 익숙한 느낌으로 다가오지요. '새로운 것'에서 오는 느낌과 그것의 '익숙함'에서 오는 느낌의 경계에 우리들은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본인은 우리가 지나치기 쉬운 경계의 찰라 또는 경계에서의 역사성을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화면에 등장하는 익숙한 장소에서 느끼는 낯섬과 또는 불편감, 새로움들을 기존 해 오던 추상작업으로 보여준 것입니다. 어울리지 않고 그 장소에 있어서는 안 될것 같은 추상의 형태들이 일상으로 들어왔을 때 느끼는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러할 때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 생겨나 조금 더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거든요.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작업마다 특별한 이야기가 숨어져 있습니다. 그 많은 이야기 중에 '오필리아'를 이야기 할께요. 제가 그 작업을 6개월 정도 진행하고 있었을때, 세월호 사건이 터진 겁니다. 저의 작업실로 와서 그림을 배우는 학생은 저 때문에 세월호가 그렇게 됐다며 울더군요. 이유인즉 제가 물에 빠져 죽는 오필리아의 내용으로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저도 같이 그 고등학생 소녀를 끌어안고 잠시 울었지요. 작업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특히 비극적인 장면(4막 7장) -덴마크 왕자 햄릿의 연인이였던 청순하고 여린 오필리아가 미쳐 버린 후 죽음을 맞이 하는 장면을 묘사한 것입니다. 세익스피어 원작에서 오필리아는 순수의 결정체와도 같습니다. 그녀는 속물적인 자신의 아버지와도, 탐욕스러운 왕과도, 관력과 쾌락의 유혹에 약한 왕비와도, 심지어 일변 고결하지만 일변 자인하고 의심과 회의로 가득찬 햄릿과도 동떨어진 인물입니다. 이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순수함을 지닌 그녀는 결국 죽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죽음으로 인해 그녀의 순수는 더 이상 누구에게도 시달리고 침해받지 않는 불멸의 영역으로 들어갑니다. 햄릿의 시대나 지금이나 정의와 불의, 실체와 허구, 이성과 격정, 사랑과 미움은 항상 대립하고, 질서를 유린하는 힘은 항상 존재하며, 삶에 있어서의 불균형은 심각합니다. 그러나 극은 희생과 상실로만 끝나지는 않습니다. 깨어진 질서는 언젠가는 다시 복구된다는 믿음이 있고, 삶의 균형은 다시 유지될 수 있다는 믿음 또한 존재합니다. 셰익스피어 비극은 개인과 그를 둘러싼 사회나 운명과의 대립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한 개인 안에서 진행되는 도덕적 갈등이 본질적인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오필리아'는 그렇게 만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각형의 큰 틀은 '관'을 상징하고 뽀족한 삼각형은 시대적 배경을 상징합니다. 사실 작업을 자세히 보면 많은 뜻이 담긴 식물들과 꽃들, 그리고 오필리아의 형상도 그려져 있습니다. 작품의 안쪽에는 4막 7장의 대사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어두움속에서만 볼수 있도록 야광으로 만들었습니다. 어둠속에서 보인다는 것은 노란색과 같이 '희망의 여지'를 두고 싶기 때문입니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평상시에는 사색을 하면서 머릿속 이미지들을 정리합니다. 주기적으로 공원이나 조용하고 인적이 드문 곳을 걷기도 합니다. 만약 그럴 시간이 없으면 눈을 감고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둡니다. 만약 해야 할 작업들이 많다면 드로잉북을 머리맡에 꼭 두고 자야 합니다. 자는 동안 이미지들이 떠오르기도 해서 말이죠. 머릿속 이미지들은 책속에서 읽었던 내용들이나 전시회나 영화의 장면들, 특히 판타지나 SF장면들이 잘 떠오릅니다, 그리고 여행의 경험이나 실생활속의 그 어떤 장면들이 혼합되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늘 클래식을 듣는데 그것들도 이미지화 되어 나타날 때가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냥 제가 겪어가고 알아가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좋은 영감들 인 듯 합니다. 이미지의 근원은 저도 잘 모르지만, 어떤 것에 대해 생각을 하면, 작업을 하려고 하기 전에 머릿속에서 이미 이미지들이 조합되고 맞춰져서 형상들이 되어 나타나기에 그것을 드로잉하고 현실속에서 작업합니다.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함들의 경계에 서있는 나만의 '확실한'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뜨거운 추상도 차가운 추상도 아닌, 구상도 추상도 아닌, 평면작업도 조각작업도 아닌 그런 작업들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데, 이전보다 더 구체적으로 보여질 만큼의 크기와 양으로 전시하고 싶습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정말 '예술가'다."란 말을 듣고 싶습니다. 좋은 작품을 만들려면 삶도 작품도 물론 일치하기도 해야겠지요.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일주일에 5일정도는 요가를 합니다. 그러면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거든요. 그리고 강아지를 두 마리 키우는데 같이 산책하는 것을 좋아해요. 천천히 산책을 하는 게 아니라 강아지 속도에 맞춰 거의 100m 달리기 하듯이 뛰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바람을 느끼며 숨이 차오르도록 달리는 것도 상쾌해서 좋아합니다. 그리고 혼자만의 브런치 먹으며 조조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구요. 산꼭대기에서 경치 감상하는 것, 멍 때리고 몇 시간이고 가만히 있는 것…예술가를 다룬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합니다.
Q. 작품 활동 외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준비중인 해외 프로잭트들을 잘 준비하고 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건강하고 좋은 작가로 성장하기 위해 올바른 편견 없는 눈을 갖고 싶네요. 그러기 위해 지식과 지혜를 잘 배워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