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미술학
박사
홍익대학교
동양화
석사
홍익대학교
동양화
학사
저는 늘 깨어있는 마음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무엇보다도 즐겁게 작품 세계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리고 세상과 소통하는 작품을 구현하고자, 그림과 미술 교육 활동을 끊임없이 병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창의적 아이디어의 원천으로서 우리의 전통 양식과 역사, 인문학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전통이란 단순히 옛 것이 아니라, 빼어난 것이 살아 남아 오늘 날 까지 이어지고 있는 유용한 가치이며 오히려 미래를 지배할 수 있는 열쇠라는 신념 아래, 확실한 뿌리가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이야기가 가득한 작품을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현란한 이미지가 범람하여 눈이 피곤한 시대입니다. 그 속에서 한 그루 느티나무 아래 그늘, 쉼터와도 같이 여유와 마음 치유의 공간을 선사하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지필묵, 수묵화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재미있는 요소들을 실험 중입니다.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일찍이 놀이로서 그림 그리기를 즐겼기에, 유치원 때부터 꿈은 막연히 "화가" 였습니다. 한때 글을 쓰는 작가의 꿈도 꾸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예고에 진학하고 수묵화의 매력에 빠져 동양화를 전공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림 그리는 작가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지금 생각에 글 쓰는 작가나 그림 그리는 작가나 예술적 아이디어의 원천과 모양은 같아 보입니다. 그렇다고 작가가 되느냐 마느냐 고민의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저는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 박사 과정을 거치면서 동양화, 또는 한국화의 매력과 가능성에 대한 질문과 답을 꾸준히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약 3년 동안 홍익대학교 박물관의 학예연구실에서 근무하는 경험을 가졌습니다. 이곳에서는 구석기 시대 유물부터, 청자, 백자, 조선시대 회화, 근 현대 조각, 회화에 이르기까지 양질의 소장품들을 관리하고, 부속 기관인 현대미술관의 특별전을 기획하는 업무를 주로 수행하였습니다. 이 기간 동안 고전과 고서화, 우리 문화재의 매력에 심취하기도 하여, 학예사의 길을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작가의 감성과 몸짓으로 이루어 내는 감각적인 작품 활동이 나의 본 모습을 찾아가는 가장 솔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그림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작품의 영감을 얻기 위해 우리 산천 여행과 스케치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작가로 데뷔했던 초창기에는 불탑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종교적 의미와는 상관없이 그 조형성을 주제로 작업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자연 풍경, 특히 소나무의 매력과 계절의 변화에 주목하여, 그 속에 인간사, 세상사, 나의 소소한 생각들을 대입시켜, 바쁘고 지치는 일상에 한 줄기 여유를 선사하는 빈 공간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작품에 설경(雪景)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과거에는 한지를 여러 형태로 변형시킨 후, 꼴라쥬하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등, 전통 재료를 응용한 실험을 많이 시도했습니다. 이는 소위 동양화, 한국화의 기법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했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눈에 띄고 자극적인 실험 기법 보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동양화 본연이 가지고 있는 담담한 매력을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먼 길을 돌아온 것 같지만, 먹과 물, 붓과 종이가 상응하여 이루어 내는 당연하고도 무궁무진한 변화의 세계를 만끽하며 명상하는 자세로 대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눈 풍경을 표현하기 위해서 동양화 특유의 기법인 "홍운탁월(洪雲托月)"법을 쓰고 있는데요, 이는 "구름을 물들임으로써 달을 나타낸다"는 뜻으로, 그리지 않은 여백 부분이 눈(雪) 표현이 되어 맑은 느낌으로 화면을 꽉 차게 만드는 기법입니다.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15년 전, 탑의 매력에 빠져서 작품을 하던 시절, 신들린 듯 3일만에 그려내었던 경천사지십층석탑을 주제로 한 작품입니다. 당시 저만의 특이한 기법이었던 요철 한지의 기법적 묘미가 한껏 살아있으면서도 입체감, 양감 등이 성공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간혹 학창시절이나 데뷔 초기의 작품을 지금 현재 나의 미감으로 비추어 보면 치기 어린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이 발견되고는 하는데요, 이 작품 만큼은 어린 시절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지금 보아도 세련되어 보이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탑에 눈이 내린 풍경을 묘사한 작품 시리즈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는 현재 주로 표현하고 있는 설경 표현의 출발점이자 기원이라고도 할 수 있어 유독 생각나고 애착이 갑니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첫째로는 가까운 곳이건 먼 곳이건 여행을 통한 생생한 자연 스케치를 하며 영감을 얻는 편입니다. 두 번째로는 우리의 고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옛 이야기, 우리의 역사와 자연에 얽힌 이야기 등을 작품의 소재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작품 속 스토리텔링은 관객을 끌어들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니까요.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실험 기법에서 전통 기법으로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듯이, 다시 모종의 실험 기법을 시도할 날이 올 것입니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우리 한국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작품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다만 그 과정은 지나치게 전통 기법이나 이상을 강조함으로써 너무 고답적이거나 무겁지 않게, 현대의 미감과 미적 요구를 반영하면서 이루어 내고 싶을 뿐입니다. 그 한가지 방법으로 소재 면에서 풍경과 관련된 인물을 묘사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업을 구상 중입니다. 기법적으로는 물과 먹의 작용에 더욱 천착하여 발묵(潑墨) 기법의 다양한 모양을 실험 중입니다. 저는 또한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힐링과 비움의 미학이 담긴 작업을 발전시켜 나가고자 합니다. 한편으로는 조금은 원대한 희망이겠지만, 한국화의 매력을 세계에 알리는 데에 일익을 담당하고도 싶습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현란한 이미지가 범람하여 눈이 피곤한 시대입니다. 그 속에서 한 그루 느티나무 아래 그늘, 쉼터와도 같이 여유와 마음 치유의 공간을 선사하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미술 외에도 문학적 영감이나, 음악, 춤 등이 다양하게 작품 속에 스며들어 융합적인 시너지 작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 타 분야의 예술과 학문에도 관심을 가지고 시야를 넓히고자 하는 자세를 늘 유지해 왔습니다. 제가 인문학, 사회학, 역사 등등 다방면을 기웃거리고, 무엇보다도10년이 넘게 라틴 댄스에 심취했던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춤의 몸짓과 흐름이 동양화 필선의 운용과 매우 닮아 있다는 즐거운 깨달음을 얻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또 다른 영역의 재미난 취미 활동을 찾고자 연구 중입니다. 아마 음악 분야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