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회화
석사
숙명여자대학교
회화
학사
색면으로 이루어진 인위적 공간과 그 곳에 위치한 인물나의 주인공들은 모두 혼자이다. ‘개인’이라는 소재는 현대미술에서 늘 등장하는 아이템이지만 끊임없이 다양한 표현과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난다. 그 수많은 ‘개인’들 중에 내가 포착한 것은 일상을 무감각하게 보내는 도시인의 모습니다. 과거에 비해 넘쳐나는 테크놀로지를 향유하며, 생활전반에 부족할 것 없는 기술적 여유를 만끽하는 현대도시인들은 과거 대자연과의 소통에서 오는 정신적 깊이, 감정적 풍요로움을 상실하게 된다. 이들은 스스로의 삶에 덤덤해지면서 자기중심적인 행동과 사고를 하게 되며, 삶은 갈수록 반복적이고 무의미해져 타인의 삶이나 사회에는 점점 무관심해진다. 나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바로 이들의 대변인이며, 이루어야 할 도덕적, 사회적 목적의식을 상실한 채 무기력한 삶 속에서 스스로 고립된 내면의 방에 있기를 자처하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이다. 무감각한 일상, 현란한 시티라이프 속에 오롯이 혼자 일 때의 적막함과 고요함, 불안함 등은 개인이 개인일 수 있는 순간일 때 느끼는 감정이지만, 그 시간들을 무감각하게 무의미하게 보내버리면서 또다시 복잡한 군중 속으로 스며들게 마련이다. 이러한 일상은 반복적이고 기계적이며 자신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내’가 ‘내 자신’이 아닌 듯 무표정하게, 무감각하게 대중의 시선을 피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중심적일 수 없고 주변으로 물러나 소외와 고립의 현상을 나타낸다. 나는 이들을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비현실적 공간으로 표현한다. 그들을 관조적인 입장에서 바라봄으로써, 마치 문학작품에서 관찰자의 시점으로 등장인물의 행동과 대화만을 서술할 뿐 내면심리를 묘사하지 않는 것처럼, 타인의 삶에 개입하지 않는 개인주의적 이기심을 유지할 수 있다. 그들이 존재하는 2차원의 평면 공간은 면과 면으로 이루어진 일상의 낯선 공간이다. 그들의 제스처나 상황을 봤을 때 우리에게 익숙한 듯하지만 정작 그 곳이 정확이 어딘지 알 수 없는 텅 빈 색면 뿐이다. 이러한 색면은 마치 “우리가 집에 있어야만 하는 바로 그 장소와 결정적으로 집에 없다는 느낌이 드는 장소 사이의 불안한 미끄러짐”( 크리스 젠크스 편집,『시각문화』, 이호준 엮(서울;예영커무니케이션,2004), p.138)과도 같은 이질적인 감정이며, 즉물적인 현실의 이미지들을 지워냄으로서 심리적인 공간감을 나타낸다. 비제한적인 면의 사선적 분할은 무표정한 인물과 대비를 이루며 감성적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회화적 장치가 된다. 이렇듯 나는 작품을 통해 무감각적 일상에 대하여 시각적 이미지를 제시함으로서 표출되는 심리적 불안감과 정서적 무료함을 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품에서 나타나는 현대인의 불완전한 모습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내’가 작품 속 인물과 어떻게 동일하고, 또 어떻게 다른지 현재 자기 모습을 반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부모님이 모두 미술을 전공하신 탓에 장녀인 본인에게는 미술전공이 어릴 때부터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가정환경 뿐 아니라 성격적으로 변덕이 없는 편인지라 대학원 졸업 후 작가활동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사선으로 분할된 색면으로 이루어진 풍경을 배경으로 홀로 서있는 인물은 본인이 바라보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입니다. 현대일상을 사는 많은 이들이 갖고 있는 불안감, 고독감, 무료함 등의 감정을 낯선 듯 익숙한 풍경을 배경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주로 캔버스에 유화와 아크릴로 채색을 하며, 아크릴의 건조한 단면과 유화의 질감을 대조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인물이 자리잡는 장소에 대한 부분은 대부분 아크릴로 채색되는데 이는 도시화된 풍경에 대한 표현을 아크릴 물감의 건조함으로 대변하는 것이며, 인물은 주로 유화로 표현하며 풍경과 대조적으로 나타냅니다. 날카롭게 사선으로 분할된 단면들은 심리적인 장소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에 대한 표현이며 비현실적이면서도 어디서 본듯한 풍경입니다. 단색으로 분할되며 최소한의 설명으로 나타낸 풍경의 모습은 이질적이며 불안한 공간에 대한 심리적 표출입니다. 이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익숙함 속의 낯설음을 나타내고자하는 것입니다.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특별한 작품을 꼽으라고 하시니 떠오르는 작품은 제가 첫번째로 판매한 작품인 <세 친 구> 라는 작품입니다. 아마 2006년도 작품인듯 한데 당시 처음으로 상업갤러리를 통해서 판매를 했었고, 꼭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보고싶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기하학적 현대건축물을 통해서 영감을 많이 받습니다. 구조적으로 미니멀하고 기하학적인 건축물을 좋아하는 편이고 그 입체감을 2D인 평면회화로 옮겨오는 것을 좋아합니다.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20대때 처음 작업을 시작했을 때와 다르게 지금은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습니다. 물론 삶을 바라보는 방향도 달라지고 작업에 대한 자세도 조금은 바뀌는 것 같습니다. 현대인의 불안감과 고독에 대한 주제에서 더 확장하여 일상의 풍경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싶습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언젠가 다큐멘터리에서 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는 한국 작가분에 대한 이야기를 본적이 있었는데요. 그 분이 "캔버스에 불안한 미래를 담고 싶지 않다"고 말씀 하신 기억이 있어요.그 말이 한참 동안 머리 속에 남아있었죠. 작품이란 비록 작가가 만들어내는 것이지만 결국 받아드리는 것은 관객들이고 그 관객들 개개인이 각자의 추억과 감정으로 완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에게 작가가 작품을 통해 주는 1차적 이미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리잡는다면 매우 만족할 것 같습니다.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특별한 취미는 없습니다. 밤새 좋아하는 드라마 몰아보기 정도입니다.
Q. 작품 활동 외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선 세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신랑의 무사안위가 제 1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