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회화 석사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는 모든 개체가 조화를 이루는 세계다.
모든 개체는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있어서 본질의 영역에서 상호 소통이 가능하다.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나에게 작품이란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하나의 수단으로써 시작한다. 그리는 행위는 대상을 통한 또 다른 자화상으로 내면에 감춰져 있는 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었다. 나는 또 다른 나를 찾을 수 있었고, 그림 속 이미지가 보는 이의 미적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 흥미를 느끼며, 이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나의 치유에서 시작되었던 그림이 어느덧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나 한사람 설자리를 찾던 그곳에서 지금은 내가 바라는 세상을 찾는다. 내가 살고 있는 이사회와 내가 바라는 사회에 대한 계속되는 질문과 의문에 대해 지금의 작업을 통해 실마리를 찾고 있다.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나는 가느다란 선에서 상상적이며 직관적인 내면을 들어다 보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나의 작품 <유토포스(U-Topos)>의 ‘유토피아(utopia)’적인 이미지를 상상적으로 표현하며 이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고갈 되어가는 마음속의 유토피아를 통하여 인간의 꿈을 찾고자한다.
1. <유토포스(U-Topos)>
- 유토피아(Utopia)의 어원으로 그리스어‘없다’(U)와‘장소’(topos)의 복합어로서 ‘어디에도 없는 땅’이란 뜻처럼 모두가 원하고 바라는 곳이지만, 이 세상에는 존재할 수 없는 하나의 이상향이다.
나는 레이스(lace)덩어리 안에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담았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는 모든 개체가 조화를 이루는 세계다. 모든 개체는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있어 본질의 영역에서 상호 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레이스에서 조형미를 찾아 그리는 이유다. 나는 몰입을 통해 희열의 시간과 마주하며 곡선의 변주는 나만의 레이스가 된다. 이러한 곡선의 변주는 평면 캔버스 위에서 자유롭게 평면과 입체를 넘나든다.
레이스로 된 덩어리는 레이스 자체로 실체임을 보여주는가 하면, 그 실체적인 덩어리가 해체되어 기화(氣化)되는 모습을 만들어 동시에 비실체적인 이미지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형상 내부는 사전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그리며 그곳에는 사람, 새 그리고 곰을 볼 수 있다. 그들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부는 하나의 사회로서 ‘우리’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으며 인간간의 조화(調和)를 형상화 시키려 하였다. 나에게 있어 ‘조화’란 현대사회에서의 인간관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선들은 무정형한 덩어리로 때론 여성의 몸, 날개, 그것의 복잡 다양한 실루엣을 통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된다. 미세한 선들은 자유롭고 즉흥적인 움직임을 통해 화면 안에서 자율성과 생명력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림 속 씨실과 날실의 집합형상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며, 바라는 세계인 것이다. <유토포스(U-Topos)>는 실재하는 세계이자 비실재하는 세계이며, 그것이야말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토피아(Utopia)’의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나는 세상을 보여 줄 덩어리를 이미지화하고 그 실루엣을 통해 또 다시 세계를 만든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본인은 구타에(gutta)를 사용하여 레이스의 장식적인 형식을 섬세하고 돌출된 선묘로 표현한다. 구타에는 튜브(tube)형 염색안료로 짜서 사용하므로 힘의 강약 조절을 요구한다. 이러한 방식은 숨을 멈추고, 팔과 손목을 자유로이 움직이게 한다. 몰입을 통해 나만의 시간과 마주하며 이는 드로잉에 의한 자유로움으로 다가온다. 이것은 즉흥적이며 유희에 의한 직관적 표현을 통하여 머리속에 그려지는 것을 선묘로서 형상을 만든다. 이러한 나의 작업 방식은 조광제의「레이스, 또 다른 회화적 관능의 세계」의 비평글에서 ‘거미줄 잣기(spiderweb spinning)’라는 본인만의 고유한 기법이 되었다.
형상만큼이나 중요한 작품 속 공간은 여백을 염두하며 전체 드로잉을 구축해 나간다. 화면 속 여백의 공간은 겹겹이 쌓이는 레이스 형상에 의해 자유롭게 오고 가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표현 기법은 레이스의 패턴화 되는 장식성에서 머무르지 않고 내면을 형상화한다. 이는 일반적인 레이스의 장식성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덩어리를 꾀하는 레이스의 겹쳐짐은 평면적 패턴에서 벗어나 입체적 형태로 표현하고자 한다. 하나의 덩어리는 개체로의 또 다른 세계로서 본인이 생각하는 세상인 것이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나의 생각을 레이스로 만드는 과정은 일상생활 중에도 외부의 모든 것과 분리되어 온전한 나만의 시간과 마주할 수 있다. 그것은 눈앞에서 전개되는 장면이 레이스의 모습으로 변형을 가능케 한다.
<유토포스(U-Topos)>연작은 형상에 따라 다음과 같은 소재로 분류할 수 있다.
1. 여성의 몸의 형상으로 구축하였다. 여성의 몸은 자연스러운 곡선을 보여주며 여신의 의미로서 상징화 하였다.
2. 날개의 형상으로 구축하였으며, 이는 현실을 초월한 이상의 세계를 표현해 줌으로써 소재로 하여금 유토피아의 의미를 내포하여 보여주려 하였다.
3. 여성의 몸과 날개 혹은 꽃잎의 모양이 한 화면에 서로 중첩되어 있다. 날개 혹 꽃잎은 여성의 몸에서 자라나고 있는 모습일 수도 있으며 박혀 있는 모습일 수도 있다. 이 두 형상은 다양한 상상적 요소와 함께 신화적 이미지를 표현하려고 하였다.
4. 모호한 덩어리의 집합으로써 인체와 날개가 단순화되며 반복적인 중첩을 보이게 된다. 이는 더 이상 여성의 몸, 날개의 한정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식물의 씨방, 인체 내부의 장기 혹은 치아의 모습으로 또는 우주의 모습 등으로 다양한 이미지를 내포하게 되었다.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나는 보여주고 싶은 세상에 대한 생각을 이미지화하고 그 실루엣을 통해 또 다시 세계를 만든다. 이러한 나의 유토피아는 억지스럽게 만들어 담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것, 감춰진 것을 찾아내 옮겨내는 것이다. 2008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당시에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하나의 몸짓, 과정으로서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해가는 일이며 그 일은 앞으로 계속되는 진행형인 것이다.
이는 현대미술의 다양함 속에서 ‘나’를 표현하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함으로써 나만의 감성을 선묘기법을 통하여 U-Topos연작으로 발표하고 있다. 이렇듯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자연스럽게 담으며, 조금 더 적극적으로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자 한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그림은 나에게 주는 선물이자 세상에 주는 선물이다. 나의작업을 통해 얻고자하는 것은 자신과 대면하고, 더 나아가 주변을 살핌으로 ‘우리’를 바라 보았으면 한다. 나에게 그랬듯 그림이 사람들에게 호기심으로 다가와 그들의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과 마주하기를 바라며, 더불어 주위를 살펴 그곳에서 모두의 ‘유토피아’를 찾기를 기대해본다.
더 많은 대중과 함께 또 다른 이상향의 가능성을 모색하여 심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상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