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한국화전공
박사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한국화전공
석사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한국화전공
학사
자연환경의 위기감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오늘날, 심각한 생명 위기의 문제는 자연 생태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인류 사회와 공동체의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활동은 기후변화를 야기하고, 기후변화는 인류가 항상 필요로 하는 것(Food, Energy, Water)을 고갈되어가게 하죠. 그렇다면 우리는 인간의 활동에 대한 문제와 자연, 그리고 그들 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고 논의해 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 먼저 자연에 대한 연구를 선행하기로 하였습니다. 따라서 자연이 왜 중요한가에 대한 자문으로 제 작업과 그에 따른 작업적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며, 앞으로도 지속 될 예정입니다.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모든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혹은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며 살고 있습니다. 그 영향이 크거나 작거나 인지하고 있거나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제가 메세지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고민해 본 결과, 저는 예술의 방법으로 메세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예술의 장르에서 저의 작품을 매개로 하여 자연의 중요성과 공존에 대한 실천적 활동을 하고자 합니다. 인류가 나아갈 방향은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과 자연과의 공존을 향해야 합니다. 여기서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미래세대의 필요(needs)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는 발전의 방향을 말합니다. 자연과의 공존에 대한 문제는 더 이상 추상적으로 남아있지 않으며, 모든 곳에서 각기 다른 측면으로 구체화 되고 있습니다. 제가 작업으로써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인간중심이나 자연중심 중 어느 한 쪽의 입장에서 현실의 상황을 바라보자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논해보자는 일종의 제시입니다. 저는 저의 위치에서 지속가능성과 공존에 대해 논하기 위해 ‘대상으로서의 예술’이 아닌 ‘생성적 예술’의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며, 이것이 제가 작가로 활동하고자 하는 계기이자 이유입니다.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다변하는 자연의 중요성과 그러한 자연과의 공존의 필요성에 대한 내용을 작업적으로 제시합니다.
모든 사물과 생명체는 서로가 공존하고 있는 관계를 맺고 있을 때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가 있으며 존재의 의미를 드러내 보일 수가 있습니다. 인간이나 동물, 식물과 같은 생명체들은 자신이 속한 세계나 주위의 생명체들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세계와 맺고 있는 여러 관계를 통해 제 모습을 자연스럽게 갖추게 되기 때문입니다. 만물은 공존함으로써 유지됩니다. 이 공존은 자연이 역사를 지속해오는 동안 모든 것이 서로 상관적 유대의 관계를 만든 가운데서 얻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보았을 때 인간도 자신 안에 갇혀 있는 존재가 아니라 언제나 자연과 공존함으로서 의식을 확장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생명성을 함의하는 자연과의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작업을 통해 말하고자 합니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주로 사용하는 표현기법으로는 부조, 부식, 재구성 그리고 자연적 안료의 사용을 꼽을 수 있습니다.
먼저 저는 작업에서 페이스트를 특수하게 혼합하여 화면 위에 드로잉하듯이 마띠에르를 내는 저부조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연풍경을 작업으로 옮기는 측면에서 이는 기존에 산수를 표현하는 조형언어인 준법을 따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준법이 산석의 주름을 표현하는 것이며, 자연의 모습과 작가의 개성에 따라 그 표현법이 달라진다는 측면에서 부조기법을 이용한 준법 표현은 준법의 현대적이고 해체적인 변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 제가 작업에 사용한 도구들은 일반적으로 작업의 영역에서 쓰이지 않았던 것들입니다. 대상으로서 영토화되어 있던 혹은 의미 지어진 상태를 벗어나서 쓰이지 않던 영역으로 탈영토, 탈주한 것이죠. 이처럼 전통 산수화의 조형언어로서의 준법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개념 위에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고자하는 해체적이고 현대적인 변용 표현의 준법 활용을 하고자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부식의 사용입니다. 제 작업에서 표현기법으로 주요하게 사용된 기법 중 하나가 박(箔, leaf)의 사용과 박의 부식입니다. 박은 금속을 얇게 두들겨서 편 것으로 회화에서는 주로 금박이나 은박을 사용하나, 저의 작업에 사용된 박은 동박입니다. 그러나 동박을 원상태로 사용하지 않고 부식하여 작업에 활용하였습니다. 부식 된 박의 색은 전반적으로 비슷한 계열이지만 모든 부분이 일정하게 부식될 수 없기 때문에 가까이서 보면 각각 차이를 지닌 색이 표현됩니다. 주조색이 있고, 그 안에 다양한 변형이 일어나는 변주(variation)적 성격을 지니게 되죠. 부식이 만들어낸 색은 어느 부분도 균일하고 동일하지 않은 색조이며, 이렇게 미세하게 만들어지는 색조의 차이를 통해 잠재적인 다양체의 이미지들이 배경의 표면 위를 흐르는 듯이 보이게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제 작업에서의 풍경은 대부분 실제로 온전히 존재하는 모습이 아닌 풍경들의 재구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특정 자연의 모습을 직관적으로 경험하고 감각적으로 다가온 영역의 부분들을 모아 ‘풍경 짜깁기’를 합니다. 이때 특정 부분이 감각적으로 느껴진 이유는 대상을 원래 존재하는 일상적 모습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직관을 통해 순간 '물아일체(物我一體)' 혹은 ‘풍경-되기’를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순간적으로 내면화 된 특정 풍경은 저에게 일상과 다른 감각의 경험을 제공하죠. 원래 존재하던 풍경의 모습이 원본(original)이라면, 특정 부분은 제가 작업적으로 선택함으로써 원본성이 해체됩니다. 원본성을 잃은 풍경의 조각들을 모아서 재구성 하는 것입니다. 재구성 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풍경의 모습은 새로운 생성입니다. 풍경의 재구성은 단순한 모방으로서의 재현이 아니라 원본의 해체와 재구성이며, 이렇게 나타난 재구성의 결과물인 작품은 예술적 창조라고 볼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작업에 사용되는 안료들은 자연적 안료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돌에서 난 안료라든지 흙, 나무를 태우고 정제한 재 등을 한국화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채색안료와 특정 비율로 섞는 방법을 통해 조색한 것으로 채색하고 있습니다.
저는 작업을 통해 실천적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작업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제가 말하고 싶은 메세지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작업을 하고 있는 순간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제 삶에서 실천하고 있어야 메세지에 진정성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아무래도 자연과 함께 있는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여행에서 만난 자연의 모습, 기쁜 소식을 들었을 때 눈 앞에 보이는 나무 혹은 풀들, 화가 나는 순간에 저를 진정시켜 주는 광활한 바다의 모습 등 저의 감정과 상황, 자연풍경의 모습이 합치되는 순간의 흔적들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고여있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는 물, 생명이 약동하는 자연의 이미지를 추구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