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시각디자인
석사
숙명여자대학교
시각디자인
학사
작가 노트
꽃, 산호, 버섯, 곰팡이를 그린다.
누적되어 산발적으로 저장된 기억의 형상을 그린다.
꽃, 산호, 버섯, 곰팡이는 ‘내 기억’의 은유적 형상이다.
어느 시간, 어느 공간을 살아가며 얻게 되는 마음, 생각들은 다양한 형태로 뇌리에 기억으로 저장된다. 나의 ‘마음, 생각’은 손상없이 그대로 기억되기도 하고 시간이 더해짐에 따라 왜곡되고 부분 삭제되어 편집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나의 작업은 ‘뇌리에 박힌 나의 기억은 굉장히 복잡한 형상으로 존재할 것이다.’는 가정 아래 시각화되기 시작한다.
꽃, 산호, 버섯, 곰팡이는 내포한 의미가 선이든 악이든 무시할 수 없는 아름다운 형(形)을 가진다. 또한 아름다운 형(形)을 가진 이들 개체 하나하나가 유기적으로 얽히고설켜 번지는 모습은 단순히 아름다움의 극대화 이상의 의미를 우리에게 부여한다. 이들의 번짐은 살아남기 위함의 번짐이다. 나의 수많은 ‘기억’들의 모습도 이들과 유사한 이유로 또 유사한 형태로 나의 뇌리에 박혀 존재할 것 같았다. 다시 말해, 삶 속 ‘선명한 순간들’도 순차적으로 차례차례 뇌리에 저장된다. 그러나 흐르며 쌓이는 시간과 살며 형성된 가치관을 바탕으로 ‘순간들’은 재해석되고, 때로 변모하고 편집되어 뇌리에서 더 오래 남을 수 있는 ‘기억’되어 번지고 또 번지며 저장되고 있을 것이다. 오래 기억되기 위해.
나의 기억은 꽃, 산호, 버섯, 곰팡이의 형태를 빌어 새로운 형상으로 표현된다.
어느 가을의 푸른 하늘과 찬란한 노란빛 은행 물결을 만들어낸 진풍경,
지기와 와인이 함께 했던 멈추고 싶었던 잊을 수 없는 추억의 테이블,
짙은 안개가 만들어 주었던 살아 있는 수묵같은 풍경,
아파트 숲 사이로 보이는 생각보다 유의미한 숫자들의 고단함......
보았던, 들었던, 맡았던 그리고 맛보았던 모든 기억.
나는 기억을 그린다.
꽃, 산호, 버섯, 곰팡이 그리고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