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털대학교 회화과 학사
나는 소소한 일상이 주는 매력을 캔버스에 담는 작업을 한다.
주로 사실적인 묘사에 집중하며, 세밀한 작업을 통해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정지시켜 순간의 조각들을 캔버스 위에 박제시킨다. 사실을 표현한다는 것. 이는 시간과 싸우는 시선인 동시에 시간을 이겨내고 순간의 기억을 응시하는 작가의 시선이다. 정밀한 표현을 통해 사물과 시간을 익히고 그 이해를 바탕 삼는 심연의 작업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구태의연하게 평가되는 사실주의 안에서 여전히 새로운 미술 사조가 탄생할 수 있도록 함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고민과 번뇌가 쌓이는 요즈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관조를 통한 성찰이고, 결국 관조의 기쁨은 세뇌되어온 의식의 잣대를 비워내는 것에서 온다는 것을 치밀한 서술을 통해 대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여준다. 재현의 작업을 하는 속에서 나의 감수성을 드러내 보이고 절제된 구성을 찾기 위해 시각적인 활력과 힘을 최대한 그림 속에 담아내고자 한 것이다.
일상적인 시각 속의 음영을 찾기 위해 밝고 맑게 투명해지려는 색채이미지를 지향하는 것 또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자연스럽고 솔직한 생각이다. 평범한 일상과 시간을 통해 바라보는 나의 주관과 객관이, 답이 필요치 않은 그림 안에서 행복하지만 고통스러움의 충실한 기록들일 것이다.
삶의 무게가 결국 자기 의식 속에 갇혀 세계를 바로 보지 못하는 것에 기인한다고 하는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많은 이들의 보편적인 잣대를 걷어 버리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