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예술대학교
회화
학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
수학
불특정 다수의 점들은 회화 속 공간에서 제 각기 순수하고 원시적인 형태로 존재한다. 이는 인간의 탄생조건을 닮았다. 어미의 자궁을 향해 심한 경쟁을 치루며 시작된 하나의 존재는 거대한 세상을 만나 분명한 한 점을 찍는다. 그로부터 점과 점 사이, 그러니까 나와 너의 ‘관계’, ‘인연’으로 이어지는 삶을 살아간다.
나의 작품은 그러한 합일과 통일을 지향하는 개체의 모양을 함축적 세계로 표현했다. 어떤 형태로 확장된 전체가 아니라 그 전체를 이루는 하나하나를 드러내고자 했다.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전체의 질서와 조화를 파악하고, 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개체의 완전한 모양을 이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작품을 이루는 점은 그러한 개체의 완성이다. 또한 전체적인 면에서는 자연이 가진 근원적인 힘을 표현하고자 했다. 복잡한 기법과 불안정한 형태를 피해, 하나하나가 모두가 되는, 한 점이 하나의 섬, 하나의 대륙, 하나의 우주를 이루는 그 질서의 아름다움을 구현코자 했다.
그 어떤 위대한 구조물도, 어쩌면 우주 그 자체도 실상은 하나의 점으로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점이다. 하나의 점. 그래서 하나하나의 점은 저마다의 정신과 존재이유를 가지고 있다.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그림은 내 숙명의 동반자다. 나는 16세부터 오롯이 혼자 삶을 꾸려왔는데, 내 내면의 세계나 나를 둘러싼 세상의 생김새가 작품을 통해 구현되고 <나>라는 한 점이 그려내는 그림이 위대한 세상의 한 모퉁이에 남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결심으로 화가가 되었다. 내게 그림보다 나은 희열의 대상은 없다.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인생을 에워싸고 있는 시공간은 어제에서 오늘로, 오늘에서 내일로 이어진다. 시간은 과거에서 이어져 현재와 미래로 연결되고 한 순간의 부재도 없이 생명의 순환을 지켜본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내가 발 딛고 선 땅과 내가 숨 쉬는 허공이 있다. 나의 작품은 그렇게 생을 관장하는 시간을 그 배경이 되는 공간으로 불러와 어우러진 시공간의 모양을 드러내 보인다.
점을 찍고 또 찍어, 그 젊의 연속이 전체라는 하나의 모양을 만드는 과정은 그러한 완성된 생의 모양을 보여준다. 이로써 우리가 한 가지 사물을 보는 그 시점의 과거와 현재, 현재와 과거를 말하고자 한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와 당신이라는 일차적 완성의 단계를 넘어, 크고 작은 인연이 우리라는 작은 전체, 그보다는 좀 더 큰 전체, 그리고 보다 거대한 전체로 변하는 과정이 내 작품제작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미약한 우리가 하나의 모양, 하나의 이름을 가지는 눈물겨운 사연과 숭고한 아름다움의 종착지, 그 정상의 내막을 표현코자 점이 필요했다.
점은 나를 비롯한 인간 개체의 표현이다. 그 점은 모든 유기적 존재가치 속에 녹아있는 역사적 무형물이다. 그러나 무수한 점 가운데 하나도 똑같은 점은 없다. 그렇기에 하나의 점이 하나의 독립된 완성체가 될 수 있도록 호흡을 가다듬어 찍는다.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The Life, 점 시리즈 첫 작업으로 그렸던 개미 그림이다. 이 작품은 미약한 움직임이 무질서 속에서도 질서 있게 만들어 내는 삶의 아름다움을 표현코자 했다. 현재 개인소장 중이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개미, 사람, 인연, 삶의 고귀함, 21년 7월 29일 17세의 나이로 떠난 개 딸 또또와 고양이 가족 그리고 길고양이들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서로 다른 점과 점이 관계라는 요소로 울타리를 엮으면서 삶을 확장시킨다. 그럼에 있어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과 그 고민의 가치는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축소할 필요가 있지만 생략되어선 안 될 고유의 가치. 그 고유의 가치를 조형적인 요소를 통해 회화로 기억하면서, 깊이 고민한다. 또한 이에 그치지 않고 정직하고 순수한 삶에 대한 희구를 회화작업으로 구현하고자 한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삶을 사랑한 화가
길고양이를 사랑한 화가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시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