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한 나무 프레임 속 나란한 조각들, 흰 바탕 위 일정하게 놓인 조각들은 마치 수집된 우표나 동전 혹은 박제된 곤충처럼 보인다. 거대한 받침대 위에 꼿꼿하게 선 조각들은 진열장 속 트로피 같다. 한바탕 시끄러운 소란이 지나간 후, 마음 속에 고요하게 웅크리고 있는 각인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사회활동을 하며 삶을 위한 필연적 시간을 보낼 때에도 늘 마음 한 켠에는 나의 예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었다기 보다는 그 생각들이 쌓여 행동으로 옮겨진 것 뿐입니다. 지금도 먹고 살기 위해 삶을 살아가면서도 작가 되기에 대한 꿈을 늘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마침내 실행합니다. 그런 고민들이 그 순간의 계기가 되어있는 거겠지요.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처음 시작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어린 저에게 주어져있는 우주는 가족이었으니까요. 제가 이제는 조금 자랐나 봅니다. 이제는 저를 둘러싼 더 큰 인간관계에서 오는 마음 속 각인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그 각인들은 변하지도 않고 그대로 보존됩니다. 기억이 잘 안 날 수도 있지만 그 각인은 지금의 저를 그리고 당신을 만들고 있습니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평면과 입체작업에 주로 실크스크린을 이용합니다. 실크스크린을 찍는 그 작업의 방식이 제가 말하고자 하는 삶에 각인이 ‘찍히는’과정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I got it(아가리)’과 ‘Concrete mark’입니다. ‘I got it(아가리)’은 제 작품세계의 시작을 연 작품입니다. 관계 외상에서 발생한 에너지가 이 작품에 모두 담긴 듯 합니다.
그리고 ‘Concrete mark’는 신문과 책의 한 페이지를 찢어 만든 작품입니다. 그 신문의 뒷면에는 ‘잘가요. 엄마’라는 제목의 기사가 적혀있었지요. 제가 엄마에게 느끼는 감정에는 보호자 이상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가족으로부터 발생한 외상에 대한 공동 피해자라는 동질감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지요. ‘concrete mark’는 제가 엄마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겨있습니다. 이 작품은 늘 제 눈에 띄는 곳에 걸어둡니다. 일상 속에서 무심코 볼 때 마다 매번 아름다운 슬픔이 느껴집니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어떠한 매체든 많이 보려고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슥 본 것들이 영감을 줄 때가 많아요. 책, 영화, 유튜브, 각종 기사 등 결국 제 눈으로 보는 것이고 그것을 영감이라는 이름을 붙여 마음 속에 저장하는 것도 저의 결정이더군요.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작업실에 주운 콘크리트 조각들이 참 많습니다. 이것들을 이용한 작업을 새롭게 구상해나가고 있습니다. 집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콘크리트 조각에 제가 부여한 상징들을 발전시켜나가려 합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삶에서 받은 불행, 고뇌, 슬픔, 눈물의 각인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보여짐은 고요한 작가.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요즘은 집 앞에 있는 산에 가서 마음을 정화하고 오는 편입니다. 이런 게 취미라면 취미겠죠?
Q. 작품 활동 외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