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양화 전공
석사
홍익대학교
서양화과
학사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
학사
나의 작업은 이미지에 해당하는 ‘무엇’이 궁극적으로 ‘없다’라는 것이라는 점에서부터 시각적 읽기의 추상성이 생긴다. “ ‘무엇을’ 은 없고 ‘한다’ 는 있다.” 가 소통 가능한 문장인지 모르고 시작했다. 왜?
‘나’가 정의되거나 분명하게 인식되는 것이 불가능한 지점에서 무의식의 연관성과 신체를 지닌 나의 부재에 대한 모순을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도 있다. 해체적 시선의 나는 캔버스 앞에서 작업의 양상을 기다리고 기다리며 마무리하는 수동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를 지닌 또 하나의 타자이다. 그 곳 즉 캔버스에는 강하게 먼지를 비롯한 시간과 공간의 흔적이 남게 된다.
먼지. 붉다. 흘리다. 뿌리다. 이는 내가 느끼는 총체적 그 무엇들에 관한 최소 단위의 언어이다. 그림은 근원 질료인 먼지와 몇몇 동사가 융합되어가는 화면이다. 화면의 동사적 상황을 때때로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동사들의 승화는 결국 삶의 구원이라는 이미지를 소망하지만 그 이미지를 의식적으로 찾지는 않는다. 또한 작업 마무리의 승화를 위하며 구체적 삶의 양상을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찾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미대 입시 준비하는 동생의 화실에 우연히 들어섰을 때 문득 공간 분위기와 더불어 확 나는 유화냄새에 매료되어 대학 졸업 후 다시 시작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 독특한 나라는 것은 감정 감각 생각 표현 등 여러 가지 신체조건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시간이 흐르고 장소가 변하면 나는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하나로 결정되어 완결될 수 없다는 것. 이미지들은 유동하는 먼지와 같은 것.
작업은 내가 지속적으로 미끄러지는 공간
‘나’라는 것을 하나의 의도 목적으로 가둘 수 없음을 확인하는 공간
오히려 ‘먼지’라는 실재의 오브제와 구원의 시간과 공간만 남음.
‘나’라고 할 것이 없음을 의식을 넘어 객관적 사물 세계에서 찾는다면 실용적 삶과 차원이 다른 시간을 경험할 수 있는 ‘먼지’ 말고 무엇이 가능할까?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작업은 감각대상이나 이미지보다 삶의 근원질료로 파악한 ‘먼지’가 주된 화면 구성요소이다. 작업의 완성은 먼지를 기본으로 그것을 확장하거나 해석하는 일이 되고 있다. 인식 이전에 일어나는 마음작용을 바라보며 재인식하고 정리하는 식이다.
캔버스 먼지 오일 흘리다 뿌리다 등 비언어적이지만 ‘주체인 내가 없다’ 라는 것을 명백하게 하는 것들만 화면에 들여온다. 이런 면에서 작업은 나의 의식적 선택이 제거되거나 보류된다는 점에서 동사적이다.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나에 관한 얼룩(붙이다+흐르다)> 오일과 먼지 생리혈 붉은 안료 등으로 2004년 작업을 시작해서 먼지를 받고 오일이 마르는 동안 뉘어 놓았다가 2009년 여성미술 비엔날레에 초대되면서 벽면에 처음 세워졌다. 덜 마른 오일과 먼지 이미지로 마치 캔버스에서 피 흐르듯 한 장면을 전시하게 될 때 나는 작가로서 나의 존재가 작업으로 드러나는 것이 너무 기쁘면서도 두려웠던 기억이 난다. 당시는 더욱이 갑상선 수술 후 목소리가 나오지 않던 때였다. 퇴원 전 병원을 몰래 나와 철수 중인 전시장을 가 진행자 말씀을 듣기만 할 수 있었는데 주디 시카고와 함께 전시되었다고 한다. 전시 사진 장면이 없어 아쉽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일상을 살다 시각적 ‘보다’ 라는 것이 공감각적으로 미묘한 복합성을 띠는 상태나 조건으로 ‘문득’ 정념으로 튀어오를 때를 메모해 둔다. 형식은 시나 기존 이미지들이거나 간단한 어구 아니면 애매한 마음이 명료해지는 때의 색감이거나 실제 오브제이기도 하다
또한 간밤의 꿈을 주저리주저리 써나가거나 요가 명상 등으로 깊은 릴렉스 상태를 체험할 때 ‘문득’ 떠오르는 구절이나 이미지 상태 등을 모아두기도 한다.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나에겐 보편적? 평범한? 삶의 심리적 시공간을 압축하는 장소가 캔버스이다.
고통이나 슬픔 기쁨 등 인식 표면의 파토스가 닿는 풍경 등을 감각이나 관념으로 때론 무의식 혹은 근본적 존재 상태로 재인식하고 직관적으로 해체된 심상을 화면에 담는다.
기본적으로 이런 태도를 유지하면서 소통의 형식과 내용의 융합을 도모할 것이다. 현재는 시나 산문의 비물질성을 개념으로 한정짓지 않고 이미지적 작업과 어떻게 접합시킬지 고민 중.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진실하고 믿음직한 작가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카페에서 라떼 마시며 끄적거리기 책읽기 명상 요가 볕쬐기 꿈 주저리주저리 적기 걷기
Q. 작품 활동 외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진정한 백수로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