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사실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게 첫번째 이유지만, 누군가가 제 그림을 보고 반응해준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꼈어요. 모르는 사람에게서 받은 응원한다는 메세지는 제가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하게 되는것에 크게 작용했던 것 같아요.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제게 그림이라는 것은 제가 지나쳤던 것들에 대한 위로이자, 기록이고, 다시 그 순간을 떠올리고자 하는 ‘매개체’에요. 그림을 그림으로써 내가 느꼈던 감정을 공유하고자 하고, 더 나아가서 특정한 장소에서 주는 메시지들을 담고 싶기도 해요. 그림이라는 것이 아름답고 멋진 이유는 같은 물건, 같은 장소를 그려도 그 사람이 보이거든요.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고 저와 더 많이 소통했으면 해요.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저에게 그림이라는 것은 제 그림이 주는 느낌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과 소통할 언어’ 로써 다가오는 것 같아요.

최근 작업에서는 특정한 공간의 특정 시간을 담아내려고 노력중이에요. 그 장소를 1:1 사이즈로 그리고 그 특정 시간대에 그 장소에 가 판넬 위에 생기는 그 장소의 그림자를 크레파스로 빠르게 옮겨 담고 있습니다. 제가 오롯이 향유한 그 시간을 관람자분들도 함께 향유하기를 희망해요.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색연필은 작은 그림을 그릴 때 자주 이용하곤 하고, 크레파스는 색연필로 그리는 그림보다는 훨씬 큰 그림을 그릴 때 써요. 사실 그 이유는 크레파스로는 색연필만큼 세부적인 작업이 힘들기 때문이에요. 크레파스는 원하는 크기만큼, 원하는 방향으로 칠하는 것이 매우 힘들어요. 크레파스가 닿는 면적과 각도가 제 계획과 다를 때가 많고, 크레파스와 오일 파스텔이 종이에 닿아 칠해질 때의 느낌은 사실 종이에 따라 다르답니다. 크레파스와 오일 파스텔의 브랜드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요. 그래서인지 찍었던 사진의 색과 그림의 색이 많이 다른데 그리면서 마음에 드는 색으로 바꾸는 경우도 있고, 색이 섞일 때 예상치 못한 색으로 바뀔 때가 있어요. 그런 점이 제가 크레파스를 좋아하는 기법적 이유라고 생각해요.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음..사실 모든 그림이 애착이 가지만,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린 첫번째 그림인 <겹겹이 쌓여>라는 그림과 <오후 4시 40분>, <지나간 파랑>, <오후 5시> 라는 그림들이 애착이 특히 많이가요. <오후 5시>라는 그림은 좋은 곳으로 분양(?)을 보냈어요. (좋은 값을 받았지만 속상했던건 안비밀이에요)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사실 모든 온도가 느껴지는 것에 영감을 받아요. 특별한 누군가가 느껴지는 그리운 장소나, 힘들고 노곤한 날에 마주한 따뜻한 공간, 그리고 한 여름에 고가도로 아래에 방치되어 있는 제설함 같은 외로운 감정, 집안에서 편히 쉬고 있을 때 보이는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빛 같은 여유로운 느낌, 차가운 파란색의 물건에 비친 햇빛과 그림자. 그런 것들에게서 감정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끼곤 해요. 그 외에도 어떤 영화를 보거나, 노래를 듣거나, 시를 읽어도 “이..이건 그려봐야해!” 하고 바로 종이를 꺼내곤 하는데, 사실 즉흥적으로 그리게 되면 맘에 들지 않아 그리다가 마는 경우가 종종 생겨요. 책을 보더라도 표지가 떠오르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땐 그려서 출판사에 보내볼까 하곤 하는데 자신이 없어 금방 마음이 수그러들어서 인스타에 올리기만 하고 마음을 접곤 해요(하하).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사실 그동안 했던 작업들은 제가 과거에 평소에 봐왔던 풍경과 ‘평소와 다름’을 느꼈던 풍경을 사진을 찍고 다시 그림으로 옮기거나, 보고 사생을 했던 것이었어요. 그런 작업을 하다 보니 이번에는 과거를 담아낸 사진이 아닌 ‘평소와 다른 지금’(멈춰있는 사진과 장면이 아닌 ‘생생한 어떤 것’)을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특정한 장소의 특정 부분을 1:1의 비율로 미리 크레파스로 옮겨 그려내고, 그 장소에 그림자가 마음에 드는 시간이 생길 때까지 관찰한 뒤에 특정한 그 시간에 1:1비율로 그렸던 그림 위에 지는 그림자를 ‘트레이싱’ 해 옮겨 담았어요. 매 초, 매 분, 매시간마다 해를 가리는 구름과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 덕분에 계속 달라지는 수많은 그림자 중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미가 생기더라고요.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그림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사람, 그리고 설학영만의 페인팅 스타일을 구축한 작가로써 기억되기를 희망해요.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다양한 것들을 좋아합니다! 노래부르는 것도 좋아하고, 축구나 농구같은 구기종목도 좋아하고, 게임하는 것도 좋아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