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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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간적 시선에서
글_한혜수 전 미술세계 기자
우리는 불통에 가까운 대화로 서로를 훈련하는 중이다. 우리는 구성적으로 본바탕이 반려종(companion species)이다.
-도나 해러웨이, 「반려종 선언」 중
반려묘와 함께하기로 약속한 반려인들은 모종의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됩니다. 계약 기간은 서로 처음 만나 쌍방의 거취를 정한 시점부터, 한 쪽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입니다. 반려인은 숙식, 여가 생활, 노동, 의료 등 반려묘가 고양이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할 만한 물적, 심적 서비스를 상시 제공해야 합니다. 이러한 의무를 수행하면서 반려인은 반려묘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지요. 그렇다면 반려묘는? 반려묘는 반려인에 대해 아무런 의무를 갖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반려묘는 반려인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반려묘는 언제든 자신이 원할 때 필요한 바를 반려인에게 요구할 수 있으며, 마땅히 이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당연히, 고양이가 불리할 땐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요. 혹자는 이렇게 물을 수 있겠네요. 저기요, 이거 불공정 계약 아닌가요?(어느 쪽에게 더 불공정하다고 느끼시나요?)
답은 ‘그렇지 않다’ 입니다. 일례로, 반려인간 김윤진은 〈Candy〉 연작과 〈Before you arrive2〉, 〈꽃 향기 밭〉으로 이어지는 자신의 작품세계 전반에서 그의 반려묘 ‘캔디’의 고정 출연을 보장 받았거든요. 반려묘에 대한 ‘독점적 권리’라는 것은 꽤 광범위하고 강력한 것이어서, 이 중 특히 반려인이 갖는 ‘시선의 독점적 사용’이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반려인은 언제든 자신의 반려 고양이를 ‘볼’ 수 있고, 이를 사진, 영상, 그림 등과 같은 시각 매체로 이미지화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상업적 목적으로 기록물/이미지를 판매할 수도 있죠. 반려묘로부터 특별한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말입니다. 다른 반려인들의 무수한 유투브 채널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유투브와 마찬가지로 그림 안에서 반려묘 캔디는 일상 속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당할 수 있습니다. 〈Candy 1〉 처럼 입에서 멀리 있는 신체 일부를 그루밍하다가 인간에게 발각되는 순간, 무얼 쳐다보냐는 항변의 눈빛도 예외가 될 수 없죠. 또 자는 모습, 잠이 덜 깬 모습도 종종 포함합니다(〈Candy 3~6, 9〉). 반려묘의 형상은 자유로운 편집 및 재가공 또한 가능합니다. 〈Candy 7〉, 〈Candy 8〉에서 캔디의 형상은 뭉개지고 캔디의 탐스러운 노란 털 코트는 해체되어 있습니다. 문대어진 호분과 아교 덕분에 그림 속 캔디의 존재는 멍하고, 몽롱한 느낌을 줍니다. 그림 안에서 반려묘는 위험천만한 일도 서슴지 않습니다. 식물의 독성으로 인한 중독의 리스크는 아랑곳 않고 어여쁜 꽃들 사이에서 뒹굴 수도 있거든요(〈꽃 향기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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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반려묘와 반려인의 쌍방 계약이 공정한가의 여부는 하등 중요하지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둘 사이의 역동적인 관계맺음입니다. 김윤진은 한때 반려묘를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이 ‘죄책감’이었다고 말합니다. 반려인으로서 마땅히 제공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인간중심적인 시선이기도 하죠. 이렇게 느낀 다음부터 김윤진은 반려인간적 시선을 그림으로 풀어내게 됩니다. 그러한 시선을 집약하고 있는 그림은, (제가 받은 작품군 중에서는 유일하게) 캔디가 등장하지 않는 〈Before you arrive1〉입니다. 아치형 문 너머로 보이는 꽃 그림, 너머의 비정형적인 바닥, 몽환적이고 이질적인 분위기의 실내 풍경은 투시 원근법에 익숙한 인간의 시선이 아닌 것만 같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와 모티브는 〈Before you arrive2〉에서도 이어집니다.
고양이의 시선이 실제로 어떤지는 알 도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에 가까워지려는 반려인 김윤진의 노력은 이종 간의 구분을 무의미하게 하는 따뜻한 시도로 남습니다. 서두에 인용한 도나 해러웨이의 「반려종 선언」에서 해러웨이는 인간과 동물, 즉 비인간 타자와의 관계를 허물고 ‘반려종’이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관계를 설정할 것을 역설합니다. 그에 따르면 흔한 통념과는 달리 반려동물은 인간에게 무한한 사랑을 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며, 마찬가지로 인간이 반려동물을 돌보아야 할 털복숭이 아이처럼 대하는 것이 상호간 비극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진지하게 대하는 일을 통해 소중한(중요한) 타자성(significant otherness)을 확산시키는 데 보탬이 될 윤리와 정치를 배우는 것”의 가능성을 타진해 나가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나는 종 안팎에서 맺어진 모든 윤리적 관계는 관계-속의-타자성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라는, 가늘고 섬세하며 질긴 실로 뜨개질한 편직물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하나가 아니며, 함께 살아감으로써 존재한다.”
바라건대 반려인간 김윤진과 반려묘 캔디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각자의 의무와 권리를 교환하는 관계성을 쌓아 나갈 것입니다. 끊임없이 서로의 언어로부터 단절됨을 경험할지라도, 그 단절을 기꺼이 원동력 삼아 반려종의 삶을 꾸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작업을 하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작가를 꼭 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고양이는 경계심이 많은 동물입니다. 그래서 고양이가 배를 보여주는 것, 그루밍을 하다가 멈추는 것들을 보통 가족만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사랑스러운 순간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고양이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장지에 동양화 채색을 주로 사용합니다.
호분(동양화에서 사용하는 흰 조개가루)을 부어서 일부러 얼룩을 내는 기법을 좋아하는데, 따뜻한 분위기가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제 작품을 보시는 분들도 호분 얼룩에서 나오는 따뜻함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Candy1이 캔디 시리즈 중 가장 먼저 그렸고, 반려동물 캔디를 그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작품이기 때문에 가장 애착이 갑니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집의 풍경, 계단이나 벽 등에서 영감이 떠오릅니다. 제 모델이 고양이이기 때문에 고양이의 특이한 포즈를 볼 때마다 영감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풍경과 고양이를 계속 그릴 것 같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졌으니 풍경작업을 본격적으로 할 계획입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행복하게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기억되고싶습니다.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요즘은 책을 자주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