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서양화 석사
하루의 연속인 일상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가장 공평한 시간이다.
그 어떤 누구에게도 더하거나 모자라지 않는다. 삶과 죽음의 시작과 끝이다.
그래서 생명의 시간이 일상이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 24시간, 일 년 열두 달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흘러간다.
점(dot)의 연결인 선(line)은 내게 있어 1초
혹은 1분의 시간으로 화면위에 새겨진다.
1cm내외의 짧은 선의 무한 반복은
사라져가는 시간의 흔적이다.
실을 꿰어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 시간을 수놓는다.
공평해서 평범하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시간을
나열하여 나만의 무늬를 만들어 나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풍경이 펼쳐진다.
Oil 물감을 가득 머금은 붓질로 캔버스 위에 칠해진 색(色)은
완전히 마르는 건조의 시간을 갖는다.
기다림의 시간이 끝나고 다시 칠해져 덮어지는 물감은
마르기 전에 붓질이 아닌 커터(Cutter) 날로
빠르게 긁어낸다.
건조되기를 기다리는 시간의 멈춤과
마르기 전에 작업을 해야 하는 시간의 유효함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그어지는 선은
시간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세밀한 스크래치 선의 다양한 표현 효과인
‘숨김’과 ‘드러냄’은 그림자로 살아가는
이중적 현실 자아를 대변하고
‘긁어냄’은 미처 말하지 못하여
내면에 쌓인 말(言)을 내 뱉는 행위언어가 된다.
밑칠과 덧칠, 긁혀지는 작업과정에서
미세한 틈이 만들어지고 그 얇은 틈새의 차이로 인해
얻어지는 특유의 질감은
시각 예술인 회화에 촉각이 더해진
시간의 결과물이다.
한편, 오브제인 단순한 물고기는 손으로 만질 수 없는
한없이 가여운 존재인 나와 우리를,
Tea 그릇은 마음의 여유를 상징한다.
경계의 매듭인 문고리도 계속 마음을 주고 있는
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