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전공 석사
본인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고향에 대한 기억과 추억, 꿈의 세계를 그림으로 재정립 합니다. 여기에 바닷가 섬(안면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본인의 특성을 살려 자연의 정감어린 유년시절의 기억에 대한 조각들과 고향을 그리워하는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추억을 " 향수(nostalgia) - 기억 저편에" 시리즈로 재탄생 시켰습니다. 본인의 작품에 나타나듯이 유년시절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바다와 섬, 물고기와 배, 해안선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해당화 꽃과 하얀 모래밭은 지금 본인이 작품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이미지의 구상과 표현에 반영하는 중요한 작품의 요소가 되었습니다. 현대인들의 지치고 힘든 일상생활에서 그림으로 평안과 위로를 주는 작가이고 싶습니다.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어린시절 아버지가 바다에 고기잡으러 나가시면 끝없이 펼쳐진 모래해변은 나만의 캔버스였습니다. 모래위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고 모래성을 쌓으며 조개껍질로 장식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초등학교 2학년 무렵에 민박을 하는 우리집에 서울에서 화가 한분이 여행차 내려오셨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게 됐고 너무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결심을 하게 됐지요... 반드시 나도 화가가 되겠다구요. 그렇게 해서 꿈을 쫓아 오다보니 지금 이렇게 저도 화가가 됐습니다.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정서적으로 다양한 감동과 예술적인 영감을 얻으며 살아갑니다.이런 생동하는 자연 속에 살아가는 인간은 자신이 체험한 추억들을 의식 속에 잠재시키고 그것을 다시 떠올리게 되며 되찾게 되는데 이것은 자연의 일부인 생명체로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자기 확인의 행위이기 때문입니다.인간이 고향을 찾는 것은 퇴행적인 심리 현상이 아닙니다.그것은 본능적인 동인에 의한 정감작용으로 예술에서 심도 있게 탐구되어야 할 소재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요하네스 호퍼(Johannes Hofer 1669~1752)는 스위스 용병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nostalgia(향수)라 명명했습니다.노스텔지어는 '고향이나 제 집으로 돌아간다.'는 뜻의' nostos'와 아픔,슬픔,고통, 등의 뜻을 지닌 'algos'라는 그리스 단어의 합성어인데요.이 어원에서 보듯이 노스텔 지어는 인간이 과거에 경험한 것들을 회상 할 때 느끼는 달콤 하고 씁쓸한 정서가 그 본질인 것입니다. 이것을 볼 때 본인이 작품을 하는데 있어서 고향을 회상하는 것은 단순이 과거 어린시절에 대한 기억이 아니며 그것은 오로지 보다 더 높은 예술의 이상향이며 자신의 미래에 대한 발전의 가능성을 찾아보려는 생각에서 나온 것입니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본인은 작품을 만드는데 있어서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보다는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감성과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것들을 회화적인 언어로 다시 재창조합니다. 그것은 자연과 나의 관계에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일상적 상황들을 새롭게 다시 인식하고 환기시키고자 하는 것인데요. 이러한 작업과정 중에 고향 바닷가 해변의 모래를 작품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해변에서 모래위에 그림을 그리며 뛰어놀던 유년기의 기억들과 모래의 생성과정속에 담겨져 있는 무수한 시간들의 중첩된 의미를 그림에 담아보려는 본인만의 의지가 담겨져 있습니다.그러므로 본인의 작품은 마치 오래된 암각화의 벽화처럼 원시적인 형상성과 민화에서 나타나는 자유로운 구도 등을 연상시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래와 물감을 캔버스에 반복해서 겹쳐 올리고 다시 이미지를 파내는 과정들이 필요하며 이것은 삼라만상의 운동하고 변화하는 과정과 무수한 시간의 흔적들이 축적되어진 상태처럼 두꺼운 마티에르를 형성합니다. 이러한 작업의 과정들 속에 작품이 완성되어지기 까지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데요. 이것은 나만의 현실과 환상,그리고 사색의 공간으로 본인이 원하는 작품이 재탄생되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모든 작품들이 애착이 가지만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특별한 작품이 있습니다. 오래전 어느 바닷가에서 현장사생 작품을 하는데요. 그날따라 도무지 작업이 풀리지가 않더군요. 하루 종일 캔버스와 씨름을 하다가 해가 기울어질 무렵에야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고 나니 그제서야 붓이 일사천리로 나가더군요. 힘들게 낳은 자식처럼 늘 애정이 갔던 작품이라 작업실 창문에 걸어두곤 했는데 어느날 남루한 옷차림의 어르신 한분이 어렵게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오셨어요.어떻게 오셨냐고 하닌까 제가 아끼는 그 작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시면서 "저 그림 얼마면 살 수 있나요?"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랬지요. "어르신 저 그림은 안팔아요~! " 그림가격을 알면 어르신이 놀라실 것 같아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말없이 한참을 그렇게 그림만 바라보시다가 작업실 문을 나가시더군요. 그리고 일년 후에 다시 오셨는데 손엔 봉투 하나를 들고 오셨어요. 그리고 하시는 말씀이 "사실은 저 그림이 북에 두고온 어릴적 고향 바닷가를 보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고향생각이 나면 저 그림을 보려고 일부러 이쪽 길로 지나간다고 하셨어요.그러면서 하루하루 길에서 박스를 수거해서 모은 돈인데 이게 전부라고 하시면서 동전까지 모두 들고 오셨더라구요. 제가 그냥 드리겠다고 하닌까 그림은 절대 깍는게 아니라면서 끝까지 사양 하시더군요. 지금도 그때 그 어르신을 생각 하면 마음이 울컥합니다.건강하게 살아계신지 궁금하네요.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주로 독서와 자연에서 많은 영감을 얻습니다.독서는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감성과 상상력을 동원시키지만 자연의 이미지나 사물들은 그것들이 상기시키는 형상 그 자체로도 생명력이 충만하기 때문에 우주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작품세계를 그림으로 전달 하는 중요한 소재이지요 . 특히 본인의 작품에서 물고기에 나무의 형태를 취하여 그려 넣은 것은 인간이 고독한 가운데 이상을 추구하는 상징으로 이것은 하늘과 땅을 연결해주는 매개체로써 꿈을 기원하는 바램이기도 하고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절대자에게 기원하는 우주의 섭리를 은유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향수(nostalgia) - 기억 저편에' 시리즈는 우주의 섭리속에 자연의 작은 일부로서의 나 자신과 우주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서 심연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유년 시절의 기억들이 그리운 향수가 되어 그림으로 재 탄생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자연을 살아있는 유기체로 받아들여야 했는데 그것은 만물의 섭리인 음,양,정,과 동이 서로 어우러져 조화로운 자연의 이미지를 형성 할 때 비로소 내적 울림의 표현이 가능했으며 그것이 바탕이 될 때 비로소 본인만의 독창적인 작품이 탄생한다고 깨닫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우주안에 있는 자연의 생명력을 본인만의 독창적인 감성으로 표출해 내고자 합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힘들고 지치고 고독 할 때 어머님 품속 처럼 포근하고 고향처럼 평안을 주는 그런 작품과 작가로 오래토록 기억 되고 싶습니다.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작업을 하다 쉬는 시간에는 주로 화초를 키우는 일과 산책을 합니다. 작업에 집중을 하다보면 눈이 많이 피로하고 기력이 딸리지요. 그럴때는 하던 작업을 멈추고 베란다에 나가서 꽃들과 대화를 합니다. 신기하게도 좋은 에너지를 받아서 그런지 금방 회복이 됩니다.그래서 제 작업실에는 화초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