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계예술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학사
저는 살면서 느꼈던 소소하지만 소중한 감정과 경험들을
가정과 부부 또는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 나가는 문선영작가라고 합니다.
가정을 무대로 , 삶을 정글로, 부부를 서커스 공연팀에 비유해서 작업하기도 하고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감정과 가치들을 담담히 이야기 하듯 작업하기도 합니다.
이런 제 작업들을 통해 잊혀졌던 개인의 소소한 감정과 삶의 선한 가치들이 다시금 발견되기를 소망합니다.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어릴때 그림에 대한 소질이 였보였는지 꽤 어린 나이인데도
물감과 파레트를 사주시고 사용법을 가르쳐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직장 생활로 바쁘고 힘드셨을 텐데 잡지나 신문등에 있는 그림들을 스크랩해서
여러 권의 화집을 만들어 주셨고 덕수궁 미술관 등에서 열렸던 굵직한 전시들은
꼭 보여 주셨던 아버지로 인해 어릴때 부터 작가에 대한 동경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내성적이며 말이 적고 생각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혼자 상상하며 노는 걸 즐겼고 말하기 보다는 듣는게 편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잘 들어주는 신뢰가는 사람이라는 평은 들을 수 있었으나
정작 내 얘기를 하고 싶을 때 쉽고 편하게 속내를 쏟아내지 못하는
답답함으로 인해 많이 힘들어 하곤 하였습니다.
저는 이런 언어와 소통에 대한 갈증을 자연스럽게 작업으로 풀어나가게 되었고
작업은 제 내면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게 해준 시각화된 언어였습니다.
이런 상황이 저를 자연스럽게 작가의 길로 가게 한 것 같습니다.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제가 제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소소하지만 선한 삶의 가치들입니다.
삶 가운데 경험하고 느꼈던 소소한 가치들을 작품 안에 심어놓고
감상자가 작품 안의 이미지나 , 색감 ,은유적 표현등을 통해
개인적 혹은 보편적인 저마다의 삶의 가치를 발견하길 원합니다.
살아보니 고단하고 힘든 삶을 지탱하게 하는 것은 크고 대단한 그 무엇이 아니라
가슴깊이 따뜻하게 파고드는 소소한 것들의 위로였습니다.
보통의, 평범한, 작은 것 들의 위로를 통해 느낀 소소하고 선한 가치들의 재발견..
저는 가정과 부부,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이것을 말하고자 합니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초기작에서는 삶에 근심을 가져다 주는 부산물(각종 고지서,신문,약봉투,아이들의 문제집..)들을
근심의 잡초라 명명하고 하나하나 채색한 후 잡초모양으로 만들어 작품의 배경으로 사용했습니다.
근심의 잡초들을 작품 배경으로 사용할 때는 [삶의 정글 속에서]라는 주제로 작업을 해왔으나
최근작에서는 잡초라 명명한 삶의 부산물들을 문서파쇄기로 파쇄한 후 종이죽으로 만들어
평면과 반입체(또는 입체)에 밑작업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근심의 잡초로 우거진 정글속에서 부정적이던 자아가 소소한 것에 대한 가치와 기쁨을 발견하면서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음을 깨닫고 그 행복의 씨앗을 싹틔우기 위해
근심의 잡초를 갈아엎어 거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근심의 잡초를 문서파쇄기에 갈아 물에 불려 절구에 찧고 다시 새로운 형상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소소한 행복들을 싹트우기 위한 거름을 만드는 과정에 비유하며 당분간 이 일련의 과정을 즐기려 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 삶의 소소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고자 하는 것이 요즘 저의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쉽게 간과되는 것들에 대한 애정어리고 따뜻한 시선을 작품에 담담히 담고싶습니다.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모든 작품이 자식처럼 소중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애착이 가는 작품은
가장 힘든시기에 했던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작품은 큰 아이 임신 때부터 시작해서 근 10년에 걸쳐 완성한 [삶의 정글 속에 잠든 나]라는 작품입니다.
작업이 너무 하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위해 꼭 붙들고 매달렸던
짠하면서도 고마운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을 기점으로 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특히 더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일상에서 보게되는 사물들이 원래의 용도와는 다른 걸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그때부터 제가 보고 싶은대로 그 사물을 바라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새로운 작업이 시작됩니다.
집 안에 홀로 있는 시간이나 혼자 산책하면서 우연히 시선이 머무는 사물을 통해 문득 문득 영감이 떠오릅니다.
영감이 떠오르면 들떠서 한 동안 그 작업에 몰두하지만 처음부터 구체적인 설계도 없이 시작된 작업이기에
중간에 멈추고 바라보기만 몇 달째 지속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떠오른 영감으로 제가 상상하고 얘기하고픈 이야기의 무대가되는 배경작업이 준비되면 이때부터는
구체적인 자료조사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작업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당분간은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들을 더 깊이있게 이어갈 생각입니다.
아쉬웠던 부분들은 보완하고 계속 떠오르는 작업에 대한 생각들은 선별해서
쉬운 시각언어로 보편적이면서도 소소한 이야기에 더 집중할 생각입니다.
대단하고 특별한 것 보다는 작고 평범한 일상의 감정과 이야기를 좀 더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제가 아이들의 맑은 시선을 빌려 바라보고
친구나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듯이
쉽고 편한 언어로 작업해서 그런지
종종 제 작품이 동화 같다는 얘기를 듣곤합니다.
한 편의 동화를 다 읽은 후 아이가 빙그레 웃듯이
제 작품이 감상자들에게 그렇게 다가가면 좋겠고
잠시 삶을 돌아보고 쉼을 얻는 어른들의 동화로 기억되면 더 좋겠습니다.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특별히 취미라고 할만한 것은 없습니다.
작업외에 산책이나 독서 .. 화초가꾸기 등을 종종 즐기지만 딱히 취미라고 얘기 할 정도는 못되고
보통은 작업과 관련된 연장선 상에서의 활동이기 때문에 잠시 휴식하는 정도라고 말하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