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
씨앗
씨앗은 온 세상이 제 것이다
바람을 타고 나폴나폴 떠다니는 것을 보면
심지어 누가 삼켜 남의 뱃속에 들어간대도
오히려 고맙다
그러라고 씨앗은 부러 열매에 둘러싸인다
씨앗은 자신이 있다
오물 속에라도 꽃을 피울 자신
그렇게 씨앗은 움직인다
바람을 움직이고 해를 움직이고 구름을 움직이고,
세상을 움직인다
그런 줄도 모르고 다들 모였다가 흩어지고
모였다가 흩어지고
빙글빙글
가장 작은 몸으로
씨앗은 참 말똥말똥하다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다. 다만 어느 날, 그동안 가지고 있던 책과 수첩 등을 정리하다가 페이지들 가장자리 여백에 틈틈이 그린 그림들을 새삼 보고는 오랜 시간 이런 방식으로 그림이 내 옆에 있었구나 알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시점에 온전히 나의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그림이 전업이 되었습니다.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할 수만 있다면 무의미한 것을 그리고자 합니다.
저는 의미보다는 무의미를 실재라고 가정했습니다. 의미는 관계에서 비롯되는데 그 관계는 관계하려는 대상에 대한 믿음에 의해 성립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믿음을 걷어냈을 때 마주하게 될 실재 혹은 진실, 그 무의미의 모양을 상상하고 또한 그립니다. 그런 면에서 저에게 그림 작업은 무수한 믿음을 회의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주로 종이와 장지에 아크릴 물감을 사용합니다. 아크릴 물감을 종이 위에 덧대며 쌓아갈수록 종이의 무게 역시 더해가지만 종이가 가진 그 연약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잘못하면 다 완성해 놓고 찢어질 수도 있고 또 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한 성질이 좋습니다. 연약함을 감추려고 하지 않고 또 포기하려고 하지 않는 그 성질, 물감에 갇혀있으면서도 그런 식으로 자신을 분리하려는 몸부림이 저의 주제와 상통하는 면이 있어 현재의 스타일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가장 초기에 그렸던 '건널목을 건너는 다리들'이라는 그림입니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나 다 그리고 난 뒤 남겨진 흔적들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당분간 현재의 시리즈를 계속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자연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종종 밖에 나가 사진을 찍습니다.
Q. 작품 활동 외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언젠가 사진집이나 짧은 글을 담은 책을 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