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서양화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판화전공
석사
2005년도에 시작한 꽃 작업이 벌써 만16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 시작은 일반적인 꽃의 형태도 과도한 확대라는 단순한 변화만을 통해서 이질감을 주는 이미지(징그럽다거나, 오히려 동물적인 느낌이라거나 등등)로 바뀌는 과정이 흥미로워서 시작하게 되었다.
16년 동안 그리는 방법에도 변화가 있었다. 처음에는 확대된 꽃 이미지만을 그대로 그리다보니 그냥 ‘커다란 꽃그림’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꽃의 형태가 잘 드러나지 않도록 꽃 윤곽이 잘리도록 확대하고, 중간 중간의 꽃잎을 빈 공간으로 비우면서 꽃의 형태를 깨뜨리고, 색상도 차가운 계열의 색으로 그리면서 변화를 주었다. 그런 변화된 작업은 관람자가 꽃을 그렸다는 것을 알아채는데 어려움을 주었고, 간혹 추상적인 이미지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그 다음의 변화는 꽃이라는 소재를 알아차릴만한 형태까지만 확대를 했고 색도 거의 꽃 이미지에 맞을만한 색상으로 선택하였다. 그러면서 추가된 부분이 배경이었다. 꽃 이미지만 넣기에는 캔버스의 비율이 그리려는 이미지와 맞지 않아 주변에 빈 공간이 많이 생기게 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료사진의 배경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 됐기 때문이다. 이는 중간 중간 남겨진 빈 여백이 입체적으로 그려진 꽃잎과 대비되기도 하지만 배경의 포커스 아웃된 이미지(공간)와 가위로 오려낸 것 같은 여백의 테두리가 대비되는 효과도 있었다. 최근 들어서 생긴 작업의 변화는 신체 변화와 연결된다. 노안이 진행되면서 꽃잎의 세밀한 형태가 돋보기를 쓰지 않으면 보이지 않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돋보기를 쓰는 방법 대신 지금 현재 보이는 상태로 그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노안으로 인해 형태가 단순해지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두세 개 이상의 색상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전까지의 작업은 거의 모노톤에 가까운 같은 계열의 색으로 그렸다면 최근의 작업은 2~3가지 이상의 색을 배치하며 작업을 하게 되었고, 노트북을 이용하여 화면을 확대해서 형태가 너무 단순해지지 않도록 한다.
16년 동안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을 돌아보면, 계속해서 발견되는 단점을 보완해 가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해 온 것 같다. 하나의 작업이 완결된다고 하기 보다는 계속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쌓이는 것. 이것이 작업이 쌓이는 과정과 일치하는 것. 이것이 나의 그리기 작업인 것 같다.
2020. 전시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