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학교 대학원
조형미술학과
석사
한남대학교 조형예술대학
회화과(서양화)
학사
나의 익숙한 공간에서 식물을 보고 있으면, 미풍도 불지 않은 고요한 숲속에 자리한 식물들과 나의 호흡만이 오롯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 같다. 편안함과 친밀함이 흐르는 가운데 어느덧 마음속에 가득 차올랐던 잡다한 감정들이 내려앉는다. 실내공간과 그 공간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식물, 가구, 소품 등이 나의 내면과 공유하면서 그 협소한 공간의 다양한 변주가 곧 나의 회화의 기조를 이룬다. 나는 요 몇 년간 병상 중에, 육체와 심신이 나약해진 가운데 제한된 공간 안에서 삶의 의욕, 희망, 일상의 소소한 기쁨에 대하여 생각하는 시간을 종종 가졌다.
이런 변화된 내면을 정물 특히 생동하는 식물에 감정이입하여 삶의 즐거움, 사랑, 행복, 치유를 표현하였다.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요?
성경 말씀 중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이 구절을 통해 나는 '내면에 쉼의 의자'를 얻었다. 완전한 휴식으로 삶의 에너지가 재충전되고 다시 일어설 수 있기에, 쉼은 또 하나의 가능성이다. 나의 그림을 통해 누군가의 영혼이 나와 같은 위로를 받고 평안한 감정을 만들어내길 원한다. 그림에 그런 의자 하나 내놓으려 한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녀는 많이 아팠던 작가다. 생명 같았던 그림을 뒤로하고 유방암과 싸워야 했던 지난 시절을 나는 알고 있다. 후회 없이 그림만 그렸던 대학생활처럼 졸업 후 생활인으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도 열심히 살았던 그녀였기에, 시간을 잘 견뎌준 그녀가 대견하다. 그림도 인생처럼 견뎌내야지만 가능하기에 말이다.
마티스의 '컷-아웃'이라는 작품은 마티스 인생 말년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마티스가 건강했다면 '컷-아웃'이라는 작품이 등장했을까?' 의문을 가져본다. 마티스는 암 투병 시작과 건강 악화로 더 이상 붓을 들기 힘든 상태에서 가위로 종이를 자르는 콜라주 형태의 그림을 그렸다. 하루 정해진 시간은 꼭 그림을 그렸던 지독한 노력파로 알려진 그는 '오려서 그린다.'라는 새로운 그림 방식을 찾았다. 조인예 작가의 패브릭 작품들도 그런 결과물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본다.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이 입었던 옷들로 작품을 하고 가위질을 하면서 아픔도 잊지 않았을까? 유화의 기름 냄새 대신 촉각으로 다시 살아나 캔버스를 수놓았을 때 그녀의 패브릭 작품들은 영혼과 교감되었을 테고 그녀가 믿는 하나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났으리라... 그런 인내의 시간들이 있었기에 그녀는 앞으로도 그림을 계속해 갈 테고 그녀의 그림 세계가 기대되는 이유다.
마치 한 권의 문학작품이 읽고 난 후 여운과 시간을 선물하듯 그녀의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문학과 시가 되어주어 행복하다. 그림으로 문을 여는 오늘도 그녀의 화실은 그림 속 이야기로 인생을 그려가고 있을 테고 그런 그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서양화가 유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