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릴랜드 미술대학 대학원
종합예술
석사
매릴랜드 미술대학
순수미술
학사
안녕하세요. 자연의 색채와 이미지로 삶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하는 작가 로리킴 (Lorie Kim) 입니다. 천을 사용한 설치작품으로 친환경설치작가로 알려진 제가 최근 5년간 한복천으로 평면작업을 해왔는데요, 오픈갤러리를 통해 제 작품들을 많은 분들께 소개해 드릴수 있어서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 ^^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어려서 부터 미술을 좋아했지만 전공을 할 생각까지는 없었어요. 그러다가 제가 고등학교 때 그 당시 국내 최초로 선보인 루이스 부르주아 전시를 어머니께서 데리고 가주셨어요. 작가가 자기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자서전적 이야기를 조각과 설치작품으로 푼 모습이 충격적이었어요. 그때 비로소 '아! 미술은 자신을 표현하는 강력한 도구이구나!'를 깨닫게 된거죠. 그로부터 단순히 만들기나 그리기만이 아닌 서양의 현대미술에 관심을 갖게되었고, 미국으로 건너가 전공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안하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조용한 성격의 저에게 미술은 저를 표현하는 도구이고, 행복한 소통의 통로인거 같아요.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제 작품 안에는 늘 무수히 반복되는 개체와 패턴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추상적이지만 그 이미지나 색감, 또는 노방천이라는 촉감 조차 모두 자연에서 따 온 것이예요. 신의 손길이 닿은 광활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동경하며 imitate(모방) 한다고 해야 할까요? 위대한 자연에서 지극히 작은 요소를 빌려와 저의 방식대로 푸는 것인데, 수많은 반복과 수작업으로 인한 수련의 과정마져도 작업에 큰 의미가 있어요. 제가 빌려 온 자연의 요소를 수작업의 과정을 거쳐 충분히 음미하며 저만의 ‘시’로 표현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프렉탈처럼 펼쳐진 수많은 개체의 합은 우리의 하찮은 일상이 모였을 때의 위대함과 특별함을 말하고자 해요. 사소한 순간들이 모인 오늘 하루의 소중함과 우리 삶의 아름다움을요.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 제가 사용하는 재료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회화 재료가 아닌것을 단번에 알아차리실거예요. 저의 주 재료는 한복천이예요. 특히 여름한복이나 한복 안감으로 흔히 쓰이는 노방이란 천이예요. 서양에도 오간자라고 불리는 비슷한 실크 천이 있는데, 한복의 노방은 국내산으로 100% 자연 실크이고, 서양의 것보다 빛깔과 광택이 더 은은하고 질감은 좀 더 빳빳해요. 대학교 졸업 후, 국내에 들어와 한복 공정을 배웠는데 그 때 여러가지 원단을 접하면서 노방을 처음 만나게 된 이후 지금까지 십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제 작품 세계 안에서 여러 시도를 해가며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독특한 방식을 구축했는데 여러가지 색의 노방천을 일정 모양으로 가위질하여 수많은 조각들을 낸 다음, 입체적으로나 평면적으로 레이어링하고 고정하여, 투명한 실을 사용해서 손 바느질하는 방식이예요. 천을 섬유공예처럼 기술적인 방법이 아닌 회화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지요. 저에게 여러 색의 천 조각들은 팔레트 위 수채 물감이고, 그 천 조각들은 붓터치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렇게 올리고 겹쳐진 ‘붓터치’들이 그라데이션을 이루고 노방천 특유의 부드러움과 은은함이 더해져 따뜻한 빛깔과 분위기를 자아내요. 이런 방법과 스타일로 표현하고자하는 것은 ethereality (지극히 가볍고 여린, 사라질 것 같은 물성)와 poetic imagery (시적 이미지) 등 몽환적인 느낌이예요. 투명한 빛깔의 천 조각들의 반복과 겹침으로 이뤄진 그라데이션은 무한과 연결, spirit(영혼)과 영원성을 의미하기도 해요.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2016년부터 <마음일지>라는 시리즈를 작업하고 있는데, 매일 매일 그 날 하루 일어났던 일들이나 생각 중 하나를 엽서 크기의 종이에 그림으로 기록하는 작업이예요. 하루 하루를 기록한 한 장, 한 장이 모여 한 쪽 벽면을 채우는 전시를 하였는데 마치 수많은 하루 하루가 모인 우리 삶을 소우주로 표현 한 것 같았어요. 최근에는 마음일지를 하루하루가 아닌 조금 더 확장된 규모로 판넬이나 캔버스 위에 노방천으로 작업을 하는데, 작년에 제 어린 자녀와 매일 집 앞 산책을 하면서 작은 들꽃과 떨어진 나뭇잎, 새롭게 핀 봄 꽃들을 관찰하며 놀고, 집에 돌아와서 그 날 보았던 것들을 나뭇잎 모양 천 조각 위에 연필로 그리거나 천을 잘라 바느질한 작업이 <마음일지: 산책풍경> 시리즈예요. 코로나 시기에 멀리 가지 못하니 매일 집 근처 자연을 산책하면서 한 건데, 작품 안의 나뭇잎 하나하나에 소중한 추억의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애착이 많이 가는 시리즈예요.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저의 영감의 원천은 늘 자연에 있어왔어요. 타 여행지에 가서 보는 대단한 자연이면 좋겠지만 그냥 평범한 일상에서 소소하게 접하는 자연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아 모티브를 따와요. 어렸을 적 마당이있는 조부모님 댁에 자주 놀러가곤 했는데, 저는 항상 거기서 꽃잎, 나뭇잎, 동맹이들로 소꼽놀이를 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게 놀았던 생생한 기억이 있어요. 그 때 경험한 행복이 아티스트가 된 저에게 많은 영향을 준 거 같단 생각을 하곤해요. 특히 <Mind Nature> 시리즈는 그런 추억 속의 자연과 현재 일상에서 만나는 자연 그리고 상상 속 자연의 결합이라고 볼 수 있어요.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당분간은 좀 더 단순화된 이미지로 작업 할 것 같아요. '색'에 늘 관심이 많은데 색채 대비에 치중하며 미니멀한 이미지로 최근 <Mind Nature: Color-field>라는 시리즈를 시작했어요. 이 시리즈 외에 다른 것도 대체적으로 이전 것 보다 좀 더 큰 규격으로 작업해 볼 계획이예요. 그리고 제가 기업과 콜레보레이션 프로젝트도 많이 했었는데, 저와 어울리는 좋은 프로젝트 기회가 또 온다면 해보고 싶어요.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색감이 아름답고 보고있노라면 참 마음이 따뜻하고 편안해지는 작품이라고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는데 정말 그렇게 기억해주시면 좋겠고, 거기에 저의 진실함이 잘 전달되어서 유행이나 상업마인드에 변질된 작업이 아닌 진실된 예술 작품으로 기억해주시면 좋을거 같아요. ^^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업이 취미인 사람이 제일 성공한거라는 말이 있던데, 저는 작업이 제일 재미있는거 같아요 ㅎㅎ 주부와 엄마의 역할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되다보니까 조용히 작업하는 시간이 제 마음을 정돈시키며 저를 찾는 시간이되어서 힐링이 될 때가 많아요. 그 외엔 전시보러 다니는거 좋아해요. ^^
Q. 작품 활동 외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선 저는 현재 두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들을 잘 키워내는 것도 최고로 중요한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두가지를 병행하는게 늘 어렵고 갈등이 따르지만 가정에 충실하면서 작품활동도 꾸준히 하며 늘 발전하려는 모습이 저희 아이들과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감이 되는 것 같아요. 종종 기회가 오면 교육프로그램도 하곤해요. 아이, 어른 할 것없이 요즘 사회에 사는 사람들에게 아티스트가 줄 수 있는 좋은 영감과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믿거든요. 특히, 이제 막 자라나는 요즘 시대 아이들이 예술을 경험함으로써 삶이 풍요로워지고,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안목이 키워지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