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조소과 학사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이지수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외롭게 견뎌내고 있는 이들을 위로할 온갖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어릴 적부터 미술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미술을 했습니다. 졸업 후엔 제 정신건강을 위해서 그림을 그렸는데, 일련의 사건으로 극심한 우울증에 빠지면서 많은 것을 겪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도 선뜻 나의 고통을 말할 수 없었던 저는 무척 외로웠기에 어느 순간 나와 비슷한 고통을 홀로 겪고 있는 사람들이 공감하거나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오랜 시간 우울증을 앓아 왔지만 누구에게도 선뜻 고통을 말할 수 없었기에 너무나도 외로웠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세상엔 저와 같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되었고 저와 비슷한 고통을 홀로 겪고 있는 사람들이 공감하거나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너무나도 힘들었기에 다른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덜 아프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아마 우울증은 저에게 있어 타고난 기질과 같을 것이고 쉽게 극복하기 어렵기에 많이 흔들려왔고 흔들릴 것입니다.
그렇기에 제가 무너지고, 그로 인해 어떤 시도를 하고 극복하고 고군분투하는 일련의 과정이 누군가에겐 느낌표 내지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환상적이면서도 멜랑꼴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미지는 저의 상태를 역설적으로 표현해 줍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부정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아름다운 형태로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저의 우울증과 삶이 마냥 나쁜 부분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딘가 쓸쓸해 보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주로 색연필, 오일 파스텔, 종이를 재료로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다양한 이야깃거리로 많은 사람들에게 닿고 싶기 때문에 이외에도 조각,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매체를 다루고 있습니다.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박주희 변호사님께 개인적으로 선물해 드린 그림입니다.
한창 저작권이 침해된 과거의 일로 소송 준비 중이었고 트라우마로 인해 몇 년간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변호사님께서 소송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많은 도움을 주셨고 감사한 마음에 내가 가진 능력이 이것뿐이니 그림을 그려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트라우마 때문에 쉽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변호사님의 말씀에 많은 용기와 위로를 얻었고 몇 년 만에 그린 그림이 두렵게 느껴졌지만 그림을 전달해 드렸을 때 변호사님도 긴 카톡을 주셨고 제가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그때부터 그림에 대한 트라우마가 사라진 것 같습니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관련한 책이나 전시를 보기도 하고 개인 혹은 단체 심리 상담이나 유사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또 제가 익숙하지 않은 분야의 강의나 원데이 클래스 등도 많이 참여하는 편입니다.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작업의 소재로 번뜩 전환될 때도 있긴 합니다.
예를 들면 발표를 앞두고 갑작스레 공황발작이 일어난 적이 있었는데 모두들 이해를 해주었고 저도 어쩔 수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무척 수치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며칠 지나니 이 경험을 역설적으로 작품의 소재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작업 중입니다.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저의 작업은 우울증이라는 큰 주제가 잡혀있지만(그리고 제가 낫지 않는 이상 이 주제는 바뀌지 않을 것 같지만)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사건들이 소주제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최근(2023.05)에는 저의 소중한 존재가 하늘나라로 떠났는데 이에 대한 작업을 구상 중입니다. 여러 구상은 항상 많지만 몸이 잘 따라주지 못하는 것이 문제지만요. 이처럼 소재와 형식은 계속 다양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위대하고 대단한 작가보다는 공감 가고 위로가 되는 내적 친밀도가 높은 작가가 되었으면 합니다. 물론 제가 내향형 인간인지라 쉽지 않게 느껴지긴 합니다만 적어도 '나에게 위로가 되는 작품을 그린 사람, 그런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사실 저를 기억할 필요도 없이 저의 작품이 누군가에게 그런 인상을 주고 기억에 남는다면 그걸로 만족할 것 같습니다.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미술 작품 작업 외적으로도 그냥 손으로 이것저것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개인적으로 사용할 물건을 만들거나 주변 사람에게 줄 선물을 만들기도 합니다.
Q. 작품 활동 외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대한 다양한 사람을 만나 위로를 전하고 싶은 만큼 순수 미술 외 영역으로도 발을 넓혀보고 싶습니다.
여전히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잘 잡히지 않은 만큼 관련된 지식이나 일화를 소개를 해주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