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학사
[ 작가노트 ]
산에 올라 몇 시간이고 앉아있다 보면, 구름이 왔다 가고, 해가 고개를 비틀고, 바람이 마음을 뒤흔듭니다. 그러는 사이 산은 수십 번 변하고 순간마다 다채롭습니다.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며 동그랗게 빛을 뿌리고, 바위는 햇살에 부딪혀 일어나고 눕습니다. 숲은 파도가 되어 오르내리고, 먼 산은 언제부터인지 모르는 묵묵함입니다. 시간은 빛의 색을, 계절은 생명의 색을 담당하지만, 결국 사건이 일어나는 색은 우리의 만남에서 벌어집니다.
그 모든 순간의 색을 하나의 찰나에 모아 담아 표현합니다.
산이 가진 외형적 특징과 정체성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산과 제가 대면한 날의 계절과 시간, 날씨, 공기와 바람의 결, 그들의 체온과 동시에 저의 판타지에 내재하고 있는 모든 색채를 끌어내어 지극히 사적인 색채로 그날의 산을 표현합니다.
다시 말해 그날의 산과 그날의 저의 만남이 가졌던 감각적인 체험을 초월하여, 그리는 저와 보는 관객이 가장 다채로운 심미적 체험을 함께 하는 것입니다.
한발짝 더 나아가, 제가 산을 오르는 행위를 통해 살아있음의 고통을 덜고, 저의 지난했던 시절들을 털고 나아가, 마침내 저의 산을 저의 색으로 표현하는 행위를 통해 얻는 카타르시스까지의 모든 감정의 합이, 제 그림을 통해 관객에게 ‘빛나는 따뜻함’이라는 밝은 체온으로 다가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온기가 작은 위로가 되어, 크고 작은 삶의 오르막길을 겪고 제 그림 앞에 서 있는 관객에게 각자가 지나온 길들을 각자의 빛으로 기억할 수 있는 작은 힘이 되어주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