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회화(서양화)전공 석사
유년기 복숭아과수원의 행복한 일상의 기억을 사실적 재현과 함께 초현실주의 화법의 유화작품으로 창작활동을 하고있는 "복숭아작가 박경희"입니다.
"기억" 하면 떠오르는 소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마들렌을 홍차에 찍어 먹는 순간, 콩브레의 기억을 회상하는 것처럼, 저에게 작품의 주 오브제(objet)인 복숭아는 프루스트의 마들렌처럼 유년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단초 같은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우리의 유년기 기억들은 대체로 흐릿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힘들고 뚜렷하게 기억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래된 기억이지만 강렬한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고 선명히 남아있게 됩니다. 유년기는 모든 것이 처음이고 그래서 모든 것이 신비롭기 때문입니다.
제 작품은 유년기 복숭아과수원에서의 신비롭고 환상적인 경험을 모티브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작품은 크게 다섯가지의 상징적인 오브제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첫번째, ‘큰 유리 볼(Ball) 형태의 복숭아’, 두번째, ‘수사슴의 형상’, 세번째, ‘쌓아 놓은 복숭아’, 네번째, 쏟아지는 복숭아' , '다섯번째, ‘베어 문 복숭아(Peach face)’,로 나누어 지며, 연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화가는 어릴 때 꿈이었지만 미술 전공을 하고서도 한동안 작품의 소재를 사회 현실의 "이슈"에서 찾다가 미술 학원을 운영하던 중, 아이들의 난해한 그림에 궁금증을 가지고 한양대학교 아동미술심리치료사 자격증 과정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미술심리치료사 교육 프로그램 중에 그리게 된 "복숭아과수원의 행복한 기억"통해 내면의 잠재된 무의식에서 소재를 처음 발견하였고, 그 후 우연히 여러 차례 같은 그림을 그렸으며, 복숭아 과수원의 행복한 일상을 그리는 동안 어릴 때처럼 그림 그리는 것이 행복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무렵 아버지께서 알츠하이머 초기로 기억을 조금씩 잃어가시기 시작하셨고 아버지의 기억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때 첫 개인전을 선물해 드려야지 하는 생각으로 서둘러 작품을 30여 점 완성하였습니다. 첫 개인전의 주제는 '복숭아과수원의 사계를 "담다"전' 이었는데, 그 이유는 아버지의 디지털 카메라 속 메모리카드에서 집과 과수원까지의 이정표와 복숭아 과수원의 사계절이 담긴 풍경들이 담겨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께서는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 과수원을 습관처럼 오가셨는데 그 길을 기억하기 위해서인지 어느 날 카메라를 사달라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효심으로 첫 전시회를 선물한 것을 시작으로 어릴때의 꿈인 화가의 꿈을 지금까지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행복"이란 원래 우리 마음속에 있었던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삶을 살아가다 보면 어떤 사건이나 계기로 행복을 잃게 되고 그로 인해 불안해합니다. 그래서 처음에 있던 행복을 다시 찾아와야만 안정된다고 생각하고 행복을 찾기 위한 방법들을 갈구하게 됩니다.
서양에서는 실존하지 않는 상상 속 "유토피아"를 만들에 내기도 하고,
중국에서는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무릉도원"을 상상하여 이야기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난 후에 알게 됩니다. 행복이란 대단한 것이 아니라 걱정 없이 살았던 유년기의 평범한 일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가 찾아 헤매는 낙원과 걱정 없는 어린 시절로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미술작품으로 신비롭고 환상적인 그때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으며, 미술작품을 통해 행복한 일상의 하루를 다시 한번 꿈꾸며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그림으로 모두가 행복하기를 소망합니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초기 작품은 사실주의 화법으로 과거의 기억을 재현하였고 대학원에서 초현실주의 화법에 대해 깊이 연구한 결과 초현실주의의 데페이즈망기법과 이중 이미지 등을 표현하였으며, 최근 두 화법과 함께 팝아트 형식을 혼용하여 단순화 되어가는 현대미술에 맞게 작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초현실주의는 비합리적인 오브제들의 결합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기법은 우리에게 낯섦을 가져옵니다. 그러나 이러한 낯섦은 타자(他者)의 관점에서 낯섦일 뿐이며, 결국 작가의 무의식 속에서 나오기 때문에 작품 속 오브제들은 모두가 개연성이 있는 우연적이지만 필연적인 결합체들입니다. 그러므로 몽환적이고 흐릿한 유년의 기억을 데페이즈망기법과 함께 오브제를 상징적이고 은유적이며 알레고리적으로 표현하여 "넌지시 던져" 호기심을 유발하게 하였습니다.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작가에게 작품은 자식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작품의 제작이 생명의 탄생에 견줄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 정성과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비유 일 것입니다. 저 역시 모든 작품이 애착이 가고 특별합니다.
그림을 오래 그리다 보면 그림이 말을 걸어 올 때가 있는데, 어느 날 우연히 그려 둔 그림에서 얼굴 형상을 발견을 하고 그림이 시키는 대로 그린 적이 있습니다. (복숭아와 잎으로 여름밤의 복숭아나무를 그렸는데 다음날 나뭇가지와 열매가 얼굴로 보였습니다) 마치 과일과 곡식으로 사람의 얼굴을 그린 '주세페 아르킴볼도'의 작품처럼 말이죠.
그런 면에서 가장 애착 가는 작품은 2020년에 제작한 <기억의 편린-5>로, 완성 후 성취감을 제일 많이 느낀 작품 중 하나입니다. "붓이 그림을 마중 갔다고 할까요" 작품은 유리 볼 내부에 서리하는 아이들의 실루엣이 보이며 우측에는 과일과 잎으로 이루어진 복숭아나무가 보이는데 (이 부분이 다음날 사람의 옆모습으로 보이면서) 마치 과거를 관망하는 듯한 형상으로 보여 보여지는 대로 표현하였습니다. 이러한 작품은 초현실주의 특징 중 하나인 이중 이미지로 과일과 나뭇잎을 통해 사람의 얼굴이 나타나도록 유도하는 게슈탈트 전환의 표현 방법으로 이미지의 본래 형상에서 또 다른 사물이 보이는, 혹은 전환되는 것을 말합니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복숭아는 어린 시절을 회고하는 매개체이자 행복했던 유년 시절로 돌아가고픈 그리움의 상징적 대상이며 아름다운 기억의 환유물이기도 합니다. 복숭아 과수원에서의 그 특별한 경험을 모티브로 이루어진 작품은 다섯 가지 상징적인 오브제로 구성하여 작품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첫 번째 [큰 유리 볼(Ball) 형태의 복숭아]
작품 속 주 오브제(Object)인 복숭아를 상징적으로 크게 부각을 시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타임머신 역할을 하는 장치라 할 수 있으며, 유리 볼 내부에는 작품마다 다르게 과거의 이미지를 흐릿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시에 거울처럼 과거의 단상을 보여주기도 하며, 마치 안락한 요람의 형태로 유년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두 번째 [수사슴의 형상]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동물이면서 우리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심어 주는 사슴을 과거를 응시하는 작가의 모습으로 수사슴 형상에 투사하였습니다. ‘생명의 나무’, ‘재탄생’ 등 상징적 의미를 가지며 여러 문화의 신화에 등장하는 신비의 동물로 이를 높은 차원으로 격상시켜 고결한 이미지를 부여하는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세 번째 [쌓아 놓은 복숭아]
복숭아 수확하는 날은 일꾼들이 따온 복숭아 무더기가 산을 이룹니다. 그때의 기억을 재현하여 마그리트의 데페이즈망기법과 함께 초현실 주의 화법의 낮섦을 유도하였습니다. (제가 태어난 해 복숭아 묘목을 심으시고 그 후 20년간 복숭아 과수원을 하신 부모님으로 인해 저의 유년기 여름은 과수원에서 보냈습니다. 복숭아 수확하는 날이면 가득 쏟아 놓은 복숭아의 기억은 아직도 강렬한 기억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네 번째 [쏟아지는 복숭아]
과수원 풀밭 위에 쌓아놓은 복숭아, 그 위로 일꾼들이 복숭아를 쏟아붓습니다. 산처럼 가득 쌓아놓은 복숭아들은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려 마치 살아서 어디론가 굴러갈 것 같이 꿈틀거리고 그때의 불안한 심리를 역동적인 구도로 재배치하여 표현하였습니다.
다섯 번째 [베어 문 복숭아(Peach face)]
인간의 신체에서 가장 보편성을 가지며 미술가들의 가장 오래된 주제 중 하나인 얼굴은 내재된 감정을 표출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베어 먹은 복숭아에서 우연히 얼굴 형상을 발견하고 두 이미지의 겹침을 통하여 표현 현상에 접근했습니다. 베어 먹은 과일의 갈변현상은 굴곡과 함께 음영으로 이어져 우연히 "얼굴" 형상이 발견됩니다. 이러한 모티브를 명화 속 인물을 패러디 하거나 셀럽을 오마주 하여 팝아트 형식으로 표현하였습니다.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실존하지않는 상상속 "유토피아"
어딘가에 있을것 같은 "무릉도원"
되돌아 갈수없는 "유년의 잃어버린 시간" 이 세가지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현재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더욱더 갈망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현대인이 꿈꾸는 낙원과 타자의 행복에 공감대를
형성할수있는 오브제를 등장시켜 창작활동으로 이어 나갈 예정입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매일 그림 그리는 행복한 작가"
미술활동은 기본적으로 유희에서 출발 합니다. 어린 시절, 흙장난하며 놀 때처럼 캔버스위에 물감과 다양한 미디움으로 창작행위를 하며 즐겁게 작품을 하고 있습니다. 더욱 더 흥미로운 것은 유년의 기억들이 예술작품의 원천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기억을 상기시키는 물질에서부터 향기, 색깔, 계절, 시간 등 모든 대상이 모티브가 되어 저의 정체성은 물론 예술적 정체성까지 확립되어 가고있습니다.
매일 그림 그리는 행복한 작가로 기억되고, 제 그림을 보는 모든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낮선 곳의 여행이나 갤러리를 방문하여 다른작가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외 손으로 하는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제가 그린 작품사진이미지를 활용하여 컴퓨터 그래픽으로 아트상품을 제작하거나 실크스크린으로 에코백, 티셔츠 등 수작업 인쇄로 아트상품을 제작합니다.
Q. 작품 활동 외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복숭아 과수원을 재현한 아틀리에를 만들고 싶습니다.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공간과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작업 공간,
제 작품으로 제작된 아트상품을 전시하는 공간,
과수원 원두막을 재현하여 차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힐링의 공간,
그리고 가족의 주거공간등 이 모든 공간이 함께 있는 [복숭아 작가 박경희 아틀리에]를 만들어 운영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