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자대학교
회화
학사
동덕여자대학교
회화
일반대학원 석사과정 재학
떠나가는 것은 쓸쓸하다.
복잡한 삶에 그치치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사라진다.
좋아하던 옷이나 신발, 오래 사용하여 이제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물건들, 오랜 시간을 보내온 공간들, 때로는 소란했던 삶의 부분까지도 언젠가 사라질 유한한 것들에는 늘 아쉬움이 남는다.
소유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사라진다.
이별은 놀이공원 폐장 시간이 가까워질때 느끼는 잔잔하고 아쉬운 떨림 같다.
점점 이별할 것들이 많아진다.
소중한 것들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커진다.
두렵다. 자주 느끼는 헤어짐이 아프다. 매 번 사라지기만 하는 순간들을 간직할 수는 없을까?
가죽은 남은 온기도, 작은 떨림도 찾아 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한 겨울 고요한 밤바다의 파도와 같은 생명성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떠나가는 것들에 대한 씁쓸함을, 간직하고 싶은 추억에 대한 애틋함으로 고이 담아본다.
가죽을 자르고 가득히 덮는다.
작업은 붙잡고 있는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소중한 것을 잃고 싶지 않다. 가죽을 일일이 붙여 추억 하고 싶은 것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는다. 일기를 쓰듯 작은 끄적임으로 그림을 그린다. 잃고 싶지 않은 것들이 영원히 반려(伴侶)로 남는다.
삶에 스며들어 기억하고 담아둔다. 이 안에서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