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학사
작가 노트
나의 어린 시절엔 20촉 전구 불빛 하나로 온 집안을 밝혀도 불편한 줄 모르고 한 줄기 불빛마저도 소중히 아껴 쓰다 보니 해가 지면 자연스레 밤하늘로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계절 따라 보여 지는 별들은 달랐지만 그 때마다 이름도 모르는 별들 중에서 가장 빛나고 예뻐 보이는 별을 ‘내 별’ 이라곤 했었다. 나이를 더해가며 별들은 내 시야와 관심 밖으로 사라졌고 화려한 도시의 밤에 묻혀버렸다. 눈 앞의 행복만을 좇던 어느 날 우주 망원경이 찍은 우주 사진을 보고,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되살아났다. 달나라의 옥토끼가 방아 찢는 상상은 깨어진 지 오래 되었지만 우주 망원경 사진은 나를 환상 속으로 안내했다.
성운이 만들어 낸 경이롭고 장엄한 춤사위 속에서 화려하게 피어나는 꽃이 피어 나는 듯 했다. 평화롭게 운행하는 별들과 행성 위성 운석 혜성의 운행이 예전부터 보아왔던 풍경처럼 익숙하게 다가왔다.
내 그림의 원천은 각종 우주 망원경이 지구로 전송한 사진이며, 수 많은 사진을 보다가 강하게 이끌리는 사진의 성운과 행성, 위성을 조합한 그림을 그린다. 갈수록 더 해지는 폭력과 기상이변, 재난 속에서 서로 돕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우리 지구 뿐 아니라 우주 전체가 평화롭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화면 가득 꽃을 그려 넣는다.
칼 세이건은 보이저호를 우주에 띄우며 의도적으로 명왕성을 지날 때 지구의 모습을 찍도록 프로그램 했다고 한다. 우주 속의 작은 푸른 점. 우리가 일희일비(一喜一悲)하며 사는 지구가 얼마나 작고 아름다운지. 세상사가 얼마나 덧없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사진 이었다. 초신성 폭발이나 우주에서 온 물질의 입자 주요원소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와 같다고 한다. 보석 같은 이 지구에 우주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나는 그동안 그 무었이 그리 소중 했었던가?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을 때 눈을 감고 장엄한 우주로 여행을 떠나며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향기롭고 아름답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