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미술학부
회화전공
학사
국민대학교 미술학과
회화전공
석사
음악적 리듬을 시각화하는데 사용된 스트라이프와 색채는 반복과 수많은 변화들로 다양한 시각적 효과를 나타낸다. 시각적 효과로 인하여 평평한 평면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속의 이미지가 움직이거나, 올록볼록 튀어나올 거 같은 입체감을 선사한다. 단순한 줄무늬에 색이 더해지면서 형태와 색채 간에 밀고 당기는 장력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수많은 효과들로 음악적 리듬을 보여주는 것이다. 스트라이프의 색의 반복과 불규칙한 굴절, 분할된 면들에서 음악처럼 연속성과 동적인 움직임, 리듬과 하모니를 갖는다. 내 안에서 나오는 수많은 음들을 조율하며 하모니를 재창조하고 있다.
정적인 작품이지만 수많은 스트라이프와 색채에 의한 다양한 시각적 경험과 면들이 분할되고 굴절되면서 입체적으로 튀어나와 보이는 시각적 일루젼(Illusion)효과는 시각적인 즐거움뿐만 아니라 청각적인 즐거움까지 동시에 주고 있다. 악보에 의해 창조되는 음악처럼 본인은 캔버스에 많은 선과 색으로 작곡을 하여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것이다.
작업의 과정은 일일이 선을 긋고 마스킹 테이프를 이용하여 붓으로 채색을 한다. 현대적이고 도시적이고 디지털적인 작품에서 회화만이 갖고 있는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이 베어져 나온다. 색들이 하나하나 점점 덧입혀지면서 서서히 음을 내기 시작한다
- 작가 김상윤(2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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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줄무늬(stripe)와 색채에 의한 음악적 리듬을 작업의 주제로 표현해 왔다. 악보에 의해 창조되는 음악처럼 캔버스에 많은 선과 색으로 작곡하여 음악을 연주한다. 색들이 하나하나 점점 덧입혀지면서 서서히 음을 내기 시작한다. 일일이 선을 긋고 마스킹테이프를 이용하여 붓으로 채색을 한다. 음악의 한 소절 한 소절 감정과 표현이 내 붓질 하나하나의 정성과 고민에 녹아든다. 작품의 키워드는‘Fricative’(마찰음)이다. 마찰음이란 상호작용을 통해 부딪혀서나는 소리이다. 비슷한 힘의 압력이 작용해야 발생되는 이것은 현재의 작업주제이다.
몇 년간 고집하던 둔탁한 줄무늬의 끝을 뾰족이 갈고, 이리저리 뻗어나가던 방향을 서로에게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그것은 서로에게 비수를 들이대고 공격하는 나의 모습이자 타인의 모습이다. 현대사회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 안에 마찰음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작년 한해에는 연예인들의 충격적인 자살소식이 떠들썩했다. 그 연예인의 개인적인 문제들도 있었겠지만, 네티즌들의 무모하기 짝이 없는 악플들로 상처받고, 고통가운데 죽음의 길을 선택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자세한 내용과 진실은 모른 채, 아니면 외면한 채, 가려진채 비방과 공격을 일삼는다. 일련의 사건들과 내 주위에서 겪은 많은 일들이 나를 아프게 하고, 부딪히고 긁어서 마찰을 내게 했다. 마찰은 상호작용이 있어야 한다. 경적을 울리며 들어오는 기차의 날카로운 소음, 차가 도로 위를 달리는 것도 마찰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같은 힘의 압력이 있어야 마찰이 생긴다. 서로에게 날카로운 비수를 겨누고 들이댄다. 곧 공격이 시작된다. 비수마다 감정은 제 각각이다. 군중심리에 의해 원치 않아도 겨누는 사람, 공격의 마음을 강하게 먹은 사람 등등, 분노와 두려움. 깊어지고, 퍼져가고, 변질되고 겉잡을 수없는 혼돈. 떨어진 곳이 있는 반면 희미하게 붙어있기도 하다. 계속 흐른다. 날카롭게 나의 귀를 찌른다. 서로 스치고 부딪히고,,,
또한 빽빽이 숨 쉴 틈 없던 견고한 색채공간에 여백의 휴전(休戰)이 제공되었다. 흰색으로 칠해진 공간은 내면의 치유와 회복의 장소이며 평안을 상징한다. 다양한 색들로 인해 가려져 보이지만 그동안 내 작업에 있어서 흰색은 대부분의 작품에 들어가 있다. 정적이 흐르는 무음(無音)의 상태이자 악보에서의 음악이 잠시 멈춰지는 쉼표의 의미이다. 이것의 범위가 확대되면서‘크레센도’(Crescendo)와 ‘디크레센도’(Decrescendo)가 작품가운데 분명히 나타나기 시작된다.
크레센도와 디크레센도는 음악의 발상표어로서 ‘점점 세게’와‘점점 여리게’를 의미하는데, 강약을 조정하여 템포․리듬의 미묘한 뉘앙스로 음악적인 표정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크레센도를 발상기호로 표현하면 ‘<’, 디크레센도는 ‘>’로 표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마찰음은 수백 수천의 크레센도(<)와 디크레센도(>)로 이루어져 캔버스라는 악보에 악상기호를 붙이면서 완성되어져 간다.
작품마다 시선을 끄는 강렬한 하얀 빛줄기가 지나간다. 그 빛은 방향을 갖고 뾰족한 비수 사이를 유유히 운행한다. 빛 안에서 점점 마찰음은 가늘어지고 고요함속으로 들어가 조용해진다. 무음의 상태에서 이젠 조용히 세밀한 음성을 듣는 시공간이다. 그 안에서 치유와 회복이 있고, 참된 평안이 있는 기쁨.
마찰음을 통한 나의 영혼의 노래는 상황과 환경에 따라 ‘점점 세게’ 혹은 ‘점점 여리게’를 반복할 것이다. 가끔은 자신있게 표현하고, 조용하지만 깊게 듣는 시간이 있을 수 있기에 또 다른 삶의 기대를 가져본다.
- 작가 김상윤 (2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