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 석사수료
["인연의 바다: 공생의 아름다움"]
: 빛이 내린 시간 day time
바닷속 생태계를 배경으로, 자연 속에서 발견되는 공생 관계를 통해 인간 사회의 관계와 ‘인연’을 탐구해 가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흰동가리와 말미잘은 자연에서 대표적인 공생 관계를 보여주는 생물로, 서로 다른 존재가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조화와 협력의 아름다움을 상징합니다. 이처럼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두 존재는 작품 속에서 단순히 해양 생물이 아니라, 인간관계를 상징하는 은유적 존재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환경과 조건 속에서 살아가지만, 결국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공생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찬란하고 몽환적인 배경의 표현은 바닷속의 빛과 자연의 신비로움을 나타내는 동시에, 우리의 인연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드러냅니다.
작업에 주로 사용하는 한국화 종이인 ‘장지’ 위에, 수차례 색을 올리고 말리는 수행과도 같은 과정을 반복하여 바다의 빛과 생명력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물리적 작업을 넘어, 인연이라는 개념이 시간과 노력 속에서 형성된다는 메시지를 내포합니다.
스펀지를 활용해 물감을 찍어내고, 나이프로 긁어내는 등의 기법을 통해 질감을 만들어 바닷속의 유기적이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작업에서 ‘선’의 사용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말미잘의 유기적인 곡선들은 회화의 기본 요소인 ‘선’으로 표현하여 선이 단순한 형태를 넘어 생명력을 부여하는 도구로 활용하였습니다. 선들이 얽히고 풀어지는 모습은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변화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시 홀로 돌아오는 존재를 나타냅니다.
또한 리드미컬한 ‘선’으로 스케치 없이 즉흥적이고 감각적으로 채워 나감으로써 인연은 노력과 의도가 아니라 자연의 흐름 속에서 만들어지는 과정으로 인간관계의 보이지 않는 흐름과 생명의 연결을 시각화 합니다.
: 어둠이 내린 시간 night
밤의 바다는 먹물의 번짐으로 드리워진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생명체들의 끈질긴 존재를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인연과 관계는 때때로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서 이어지며,
마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생명체가 꿋꿋이 빛을 내는 것처럼 우리의 인연 역시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지속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줍니다.
어둠의 배경에 사용된 주 재료인 먹(墨)이 다른 물성과 만났을 때 생기는 우연성을 가진 번짐과 눈 결정 형태의 흔적을 통해 거칠면서도 신비로운 어둠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빛나는 생명의 힘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인간 관계에서도 때로는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지탱하며 이어가고 만들어가는 인연의 과정과 삶의 본질을 표현합니다.
낮과 밤이라는 시간적 변화는 인간 관계의 다층적 면모를 드러내고, 인연의 지속성과 소중함을 다시 한번 짚어줍니다.바다라는 공간은 자연의 신비로움과 생명력을 상징하며, 인간이 자연 속에서 배우고 이를 사회적 관계에 적용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저의 작업을 통해서 자연과 인간, 그리고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고 인연과 관계 속에서 개인적 경험을 돌아보며 얽히고 풀리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