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미술교육 석사
Motivation_일상성의 재조명
나는 일상적 장면과 친숙한 오브제에 깃든 정체성과 이타주의, 그리고 사회적으로 간과되기 쉬운
문제들을 다층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공동체적 책임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Episode #1 코피노
‘정체성의 상품화’, ‘데이트 폭력’, 그리고 ‘코피노(kopino) 아이들의 소외’는 겉보기에는 동떨어진
주제로 보이지만, 무관심과 방관 속에서 자라난 트라우마와 상실감으로 맞닿아 있다.
나는 이러한 현실을, 자연 생태와 일상의 오브제에서 발견되는 이타적 관계성으로 비추어 보고자
한다. 흰점박이무늬 수컷복어가 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둥지나 늑대 무리가 보여주는 협업은,
‘인간이 어떻게 서로를 돌보고 지켜야 하는가’라는 근원적 물음을 상징화한다. 이는 단순한 자연의
은유를 넘어, 관계-트라우마-치유라는 다층적 서사를 통해 “보이지 않는 목소리들”을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예술적 실천으로 이어진다.
Episode #2 대파와 건담
작품 속 대파가 잘려 나가도 끊임없이 재생하는 생물학적 특성은 ‘회복력’에 대한 암시로, 소외된
존재의 내재적 가치와 인간관계의 재생 가능성을 동시에 은유한다. 한편, 건담을 통해 던져지는 질문,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누구를 위해 힘을 쓰는가?”는 기술적·물질적 권력이 결코 폭력이나 지배로
귀결되어서는 안 되며, ‘일상의 평범함을 수호하는 힘’이 될 수 있음을 환기시킨다. 특히, 무거운 사회
이슈를 경쾌한 색채와 친근한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해석하기를 바라는 의도이다.
Episode #3 보키와 우루
‘보키’는 가시복어에서 모티브를 얻은 캐릭터로, 데이트 폭력이라는 어두운 현실에 맞서 ‘철학적
가시’로 자신을 지키는 상징을 구현한다. 이는 폭력적 상황에 대한 능동적 저항과 자기보호의 의지를
드러내며, 단순한 방어 기제를 넘어선 ‘안목의 철학화’를 제안한다.
우파루파에서 영감을 받은 '우루(사전적 의미: 눈물이 비 오듯이 흐름)' 캐릭터는 "함께 울어준다"는
공감적 가치로 확장된다. 이는 현대인이 겪는 고립과 불안을 해소하고,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연대의
장치를 상징한다. 둘은 폭력과 침묵, 소외된 존재들의 권력 불균형을 은유하는 동시에, 각자의
방식으로 능동적 저항 혹은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결국 나는, 익숙한 사물과 대중문화적 캐릭터를 통해 현대사회의 가치 체계를 비평하고자 한다.
Wrap up_도전
결국 우리 곁에 있는 소소한 오브젝트와 일상성에 깃든 내재적 가능성들은 사회와 개인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치유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확신할 수 있다.
이제 나는 익숙한 세계가 품고 있는 심오한 의미들을 회화적 언어로 불러내고 싶다. 바로 그
지점에서(punctum) 예술은 삶을 재건하고 인간관계를 재창조하는 ‘미학적 기제’로 거듭나게 되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뜨거운 대화'의 지평을 열어주는 열쇠가 되리라고 믿는다.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세상의 표면 뒤에 놓인, 말로는 다 표현되지 않는 감정이나 의미를 관찰하고 사유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예를 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결, 이미지 너머의 이야기, 침묵이 품고 있는 메시지 같은 것들이죠. 어릴 때부터 그런 부분을 인지하고 탐구하는 과정에서 "창작 활동"이야말로 제게 꼭 맞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과 그 속에 담긴 보이지 않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일상의 순간들 속에서 간과하는 감정과 서사를 내러티브로 합니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네오리얼리즘(Neo-Realism)”적인 사조를 추구합니다. 다만, 이 용어가 역사적으로는 20세기 중반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나 프랑스 ‘누보 레알리즘(Nouveau Réalisme)’ 등 다양한 맥락에서 사용되어 왔으므로, 제 작업을 딱 하나의 사조나 형식으로 규정하기보다 “당대 현실에 대한 새로운 시각적 해석”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단일한 스타일에만 매몰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와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다층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싶고, 이를 위해 다양한 매체와 표현 방식을 활용합니다. 회화는 물론 조각, 설치, 영상 등을 넘나드는 복합적 작업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My Godiva”는 저의 두 번째 개인전에서 발표한 작품으로, 여성의 누드를 숭고하게 표현한 고전적 모티프인 ’레이디 고디바(Lady Godiva)’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입니다. 이 작업은 단순한 신체의 재현을 넘어서, 여성성과 존엄, 그리고 개인적인 헌신과 사랑의 기억을 담아낸 의미 깊은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작품이 제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저의 모친이 기꺼이 누드 모델이 되어주셨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그녀의 몸은 단지 모델의 대상이 아니라, 시간을 견딘 한 여성의 삶의 흔적이며, 존재의 무게를 품은 살아 있는 상징이었습니다. 저는 이를 통해 ‘누드’라는 형식을 육체적 재현에서 벗어나, 존재에 대한 존경과 사랑에 대한 응답의 형식으로 재해석하고자 했습니다.
“My Godiva”는 그렇게 태어난 작품입니다. 삶과 예술이 맞닿는 가장 깊은 지점에서, 가장 진실한 감정이 표출된 순간. 역경을 살아낸 한 여성, 저의 어머니의 삶을 예술로 기록한 이 작업은, 저에게 있어 단지 한 장면을 담은 회화가 아니라, 숭고함 그 자체에 대한 고백이자 헌정입니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저는 일상의 작은 장면보다는, 사회적 이슈와 그 안에 내재된 철학적 질문들에서 더 깊은 창작의 자극을 받는 편입니다. 다큐멘터리, 뉴스, 인류학적 사례, 철학서 등을 탐독하며 현실 속의 균열이나 구조적 모순을 들여다보고, 그것이 인간 내면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데서 영감을 얻습니다.
특히 사회 속에서 주변화된 존재들, 침묵 속에 방치된 이야기들, 혹은 익숙함 뒤에 숨은 불편한 진실들을 주시합니다. 이런 주제들을 접할 때, 인간 존재의 본질과 예술이 응답해야 할 윤리적 지점에 대해 질문하게 되며, 그 과정이 저에게는 창작의 출발점이 됩니다.
이처럼 사회적 현실과 인간 존재의 깊이를 함께 탐색하는 것이 제 작업의 중요한 동력이자 영감의 원천입니다.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인간 존재의 본질적 특성 중 하나인 ’이타성(altruism)’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중심에 두고자 합니다. 또한, 현대 사회 안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충돌하는 개인의 정체성, 집단의 기억, 문화적 코드들을 사회적 이슈와 접목하여 다각도로 풀어가고자 합니다.
매체적으로는 회화 중심의 작업을 기반으로 하되, 설치, 영상, 사운드, 드로잉, 디지털 인터랙션 등 다양한 표현 방식을 지속적으로 실험할 예정입니다. 표현 방법은 저에게 있어 철학과 메시지를 가장 정직하게 전달하기 위한 도구이기에, 형식의 경계를 넘는 시도에 주저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저는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예술가, 그렇게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화려한 수사나 즉각적인 주목보다는, 긴 시간에 걸쳐 자신만의 사유와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그 감각을 꾸준히 형상화해온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예술가의 진정성은 결국 그가 살아온 태도 전체에서 드러난다고 믿습니다. 저는 유행이나 외부의 평가에 쉽게 흔들리기 보다는, 제 내면의 질문과 감각에 더 귀 기울이며 작업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고자 합니다.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작업 외 시간에는 AI 작곡 프로그램을 활용해 소박한 곡을 만드는 일을 즐깁니다. 전문적인 음악가는 아니지만, 음 하나하나에 감정을 얹어가는 이 작업은 저에게 또 다른 창작의 언어이자 내면을 정돈하는 방식입니다.
AI가 제안하는 구조 위에 제 정서와 리듬을 덧입히는 과정은, 회화에서 색과 선을 조율해 나가는 것과 비슷한 감각을 줍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전시를 마친 뒤 제작하는 아카이빙 영상에서도, 직접 만든 음악을 배경음으로 사용하곤 합니다. 시각과 청각이 하나로 엮일 때, 전시의 감정이 보다 유기적으로 완성되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 음악이 의외의 순간에 빛을 발할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잔소리를 해야 할 때, 그 내용을 노래로 만들어 전달하면, 아이가 잔소리 노래를 웃으며 듣게 됩니다.
잔소리도 노래로 전달되면 훨씬 부드럽고 유쾌하게 닿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ㅎㅎ
Q. 작품 활동 외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예술이 개인의 감수성과 표현 능력을 길러줄 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러한 힘을 교육적 실천과 연구를 통해 구체화하려 합니다.
이를 위해 학문적으로 꾸준히 정진하며, 미술을 사회적·철학적 의미를 내포한 깊이 있는 연구의 장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창작과 교육, 그리고 학문적 탐구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예술가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저의 긴 호흡 속에서 지향하는 삶의 방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