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작고 아기자기한 털뭉치가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곧 검고 하얀 털로 이루어진 판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혜련 작가와 작가의 부모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기도 한 판다는 ‘몽’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제법 번듯한 직업도 있다. 거북이 등껍질 모양의 가방을 메고, 세 잎 클로버 모양의 씨앗을 들고서 행복한 기운을 뿌리는 행복 배달원이다. 행복 배달원 몽이 들고 있는 씨앗은 작가의 전작인 몽(夢)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 외에도 작품 속에 등장하는 소재는 무병장수와 복, 장수 등 길상에 좋은 의미를 담고 있다. 정혜련 작가의 신작은 전작보다 다소 뚜렷한 색감을 보여주고 있으면서도, 이전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그려진 몽이 이번에는 캔버스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 세상에 전하고 싶은 것을 몽의 일상으로 대체할 수 있다.
초록색 털을 가진 몽이는 ‘초록몽(초록夢)’입니다. 정나라인이 사냥감으로 잡은 사슴을 땔감으로 덮어 감췄지만, 너무 기뻤던 나머지 그 장소를 잊어버린 까닭에 다시 찾지 못하고 ‘꿈이었구나.’하고 체념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인 초록몽(蕉鹿夢)과 동음이의어라고 합니다. 물아일체를 뜻하는 호접지몽과 유사한 의미가 있어, 행복배달원인 몽이는 잘 살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돌아봐야 하며 이것이 곧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교훈을 주고 있는데요. 그 외에도 택배 상자처럼 곁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선물이 곧 주변에 가까이 존재하는 행복을 의미하거나 유년 시절에는 컴퓨터와 스마트폰보다 재밌던 장난감, 그리고 조개껍질이 잊고 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누구나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백 명이 있다면 백 개의 소원이 있겠지만, 누구나 꿈꿀 수 있는 것이 바로 행복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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