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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선 작가는 초점이 맞지 않는 흐릿한 상과 어딘가 불안정한 구도를 통해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을 새로운 맥락으로 끌어들인다. 일상과 비일상의 균열 사이로 새롭게 바라본 사물과 풍경은 익숙함에서 오는 진부함, 그리고 우리와 대상을 가로막던 언어를 한꺼풀 벗고 비로소 불안한 민낯을 드러낸다. 작가는 가장 낯익은 대상이 낯설어지는 이 순간을 존재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현현(epiphany)의 순간이라고 명명하면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현상과 본질이 양립하는 순간을 캔버스에 포착해 낸다. 결함이 역력한 스냅사진과 같은 어둑한 풍경들은 무의식에 잠재하고 있는 불안을 건드리지만, 작품과 개인의 경험 사이에 공명을 유도하면서 감상자를 치유의 길로 들어서게 한다.
일상 속에서 우연히 마주칠만한 평범한 풍경들이 캔버스에 담겨 있습니다. 흐릿하고 어딘가 잘려나간 듯한 이미지는 초점 없이 멍하니 바라본 풍경 같기도 하고, 아득한 기억속의 풍경 같기도 하고, 꿈속에서 보았던 몽롱한 풍경 같기도 합니다. 명확한 스토리나 주인공을 가지지 않고 있는 이 작품은 마치 보는 사람이 의미를 채워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낯선 표현방식으로 표현된 낯익은 풍경은 일상의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도 그림이 걸린 공간을 어딘지 모르게 특별한 풍경으로 만들어줄 것 같은데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방, 매일 지나치는 복도 등 가장 편안하고 익숙한 공간에 걸어두고 일상적 풍경의 의미를 곱씹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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