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은 2차 거래 대상 작품으로, 매입자가 정한 호당 가격에 따라 별도로 책정되었습니다.
투명한 유리잔 안에 아보카도, 리본, 사과, 꽃 등등 여러가지 사물들이 담겨있다. 전체적인 색조는 은은한 파스텔 톤을 띠고 있어서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유리잔은 보이지 않을 정도까지 투명하게 그려져 있고, 때로는 유리잔 안에 들어있는 사물의 윤곽도 분명하지 않다. “Collected Sample” 시리즈와 소재는 분명히 다르고, 매체와 캔버스의 모양도 다르다. 하지만 형체가 쉽게 일그러지고 손상될 수 있는 과일, 리본, 꽃, 유리컵 등등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들이 쉽게 때묻을 수 있는 은은한 색의 유채물감으로 그려졌다는 점에서 작가의 연약한 것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그에 대한 연구의 추이를 보기에 좋은 작품이다.
우리는 보통 과일이나 꽃을 떠올리면 싱그러움과 싱싱함, 그리고 원색의 강렬한 색깔과 반들반들 윤기가 흐르는 이미지를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 등장한 과일과 꽃은 보드랍고 연약해보입니다. 과일과 꽃 외에 리본, 퍼즐과 같은 다른 사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살아있는 인간은 부드럽고 연약하나, 죽어있는 인간은 굳고 단단하다. 살아있는 모든 초목은 부드럽고 연약하나, 죽어있는 모든 초목은 말라서 딱딱하다.”고 말했습니다. 조화나 모조 과일이 갖는 빳빳함과 윤기가 시간이 지날 수록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어도 어느 순간 감성과 감정을 느끼곤 하죠. 감성과 감정은 때로 우리를 약하게 만들지만 그것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요? 인간의 본성적인 측면인 부드러움과 연약함을 조곤조곤 일깨워주고 있는 이 작품이 왠지 모르게 마음의 위안을 가져다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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