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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재개발이란 낡거나 불량한 건축물이 밀집된 지역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 보수하거나 구조물을 철거함으로써 도시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구성원들의 삶의 질 향상, 경제적 효율성 등의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거주자들의 이주지가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압적으로 철거를 추진함으로써 불미스러운 사태들을 불러온 것도 사실이다. 이슬기 작가는 <Instant Spaces> 연작에서 재개발로 상징되는 도심의 급격한 변화를 다각적인 시선으로 조합하고 있다. 임시로 세워 둔 흰색 천막 형태의 설치물, 우천 시에 대비해 씌워 놓은 파란색 우장막, 가로등 불빛에 비친 낡은 주택가 계단 등의 소재를 통해, 언제 사라지고 어떻게 변화될지 모르는 공간을 바라보는 작가의 불안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누군가에게 아늑한 삶의 터전이었던 곳이 한순간에 폐허로 바뀌는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 되어 버린 도시의 서글픈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푸른색 우장막을 배경으로 흰색 거위가 보이는 이 작품은 얼핏 동화 속 한 장면처럼 평화로워 보여요. 그러나 이곳은 철거 지역이기에, 거위도 여기 살던 주민들과 함께 다른 곳으로 가야만 하는 아픈 현실을 담고 있어요. 거위는 개 못지않게 집을 잘 지키기로 유명한 동물인 만큼, 지켜야 할 집을 잃어버린 거위의 처지는 철거민들의 처지, 더 나아가서는 도시인들의 처지를 대변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꽥>이라는 작품명은 철거민들의 서글픈 목소리인 동시에, 정든 터전을 잃고 이방인으로 떠돌아야 하는 도시인들의 목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불편한 진실을 일깨워줌으로써 소외된 이웃에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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