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빈 작가는 탑과 설송을 그린 일부 작품에서 홍운탁월(烘雲托月)법, 즉 주변의 것을 묘사해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이 드러나도록 하는 기법을 적절히 활용하였다. 전통적인 소재와 기법, 동양 미술만이 가지는 아름다움의 표현법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는 작가는 이처럼 전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지는 것이 아닌 인간 모두에게 아름다움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것이라 여긴다. 작품의 소재가 인공물인 탑에서 소나무와 눈이라는 자연적 소재의 부각으로 방향이 전환된 것은 그러한 작가의 사유에서 비롯되었으리라 짐작한다.
각진 캔버스 위의 은은한 색감과 먹의 흐름이 느껴집니다. 유윤빈 작가는 진하고 강한 색채 표현보다도 은은하고 담담한 맛을 이루어내는 것이 훨씬 어렵다고 말합니다. 감상자에게도 강렬한 표현은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지만, 자극적인 음식은 쉽게 질리기도 한다는 것인데요. 실제로 담백한 표현은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죠. 작가의 작품에는 계산되지 않은 편안한 붓놀림과 색채가 자연스럽게 펼쳐져 있습니다. 더불어 여러 마리의 물고기보다 한 마리의 등장으로 작품에는 유유자적한 느낌이 더해집니다. 유윤빈 작가의 편안하고도 유니크한 작업을 감상해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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