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라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 백로는 예로부터 청렴함의 상징이다. 백로는 긴 다리로 강가를 누비는 모습으로 잘 알려졌지만, 박경묵 작가의 그림에서 백로는 날개를 접은 채 몸을 움츠리고 있다. 특이하게도 이 작품은 원형 안에 그려져 있는데, 이 점으로 인해 몸을 펴지 못하고 풀숲에 앉은 백로의 처지가 집중적으로 조명된다. 백로의 모습은 얼핏 몸을 숨기거나 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꾸로 생각한다면 독야청청(獨也靑靑)하기 위하여 속세에서 잠시 비켜나 관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멀리 있는 어딘가를 똑바로 응시하는 듯한 백로의 눈은 결연한 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유연한 사고, 통합과 융합 등을 강조하는 현대 사회에서 청렴함, 올곧은 성품은 더는 예전만큼 중요한 덕목으로 언급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와 가치관이 변한다고 하더라도 교훈과 깨달음, 감동을 전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오랜 시간 선비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 온 백로가 아닐까요. 혼자 풀숲에 몸을 움츠리고 있지만 뚫어지라 바라보는 무엇인가를 향해 곧 날아오를 것만 같은 백로의 모습은 우리 마음에 잔잔한 감동과 그동안 잊어왔던 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은 백로의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소중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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