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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는 거의 모든 이들에게 눈에 띄는 족족 때려죽여야 할 무엇이다. 선호준 작가의 작품에는 혐오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바퀴벌레’가 자주 등장한다. 바퀴벌레와 함께 ‘바퀴’를 소재로 삼는데, 언어 유희적 성격과 더불어 바퀴와 바퀴벌레 두 소재 간의 의미적 유사성을 유추하게 한다. 바퀴와 바퀴벌레 모두 더러움의 온상이며, 깨끗하고 정돈된 나의 세계를 침범해선 안 되는 무엇이다. 그러나 바퀴 없이 차가 달릴 수 있을까? 바퀴벌레에 왜곡된 편견을 갖고 우리가 과잉 반응을 하는 건 아닐까? 우리는 모두가 더럽고 비천한 것으로 여겨지는 모든 것들을 당연히 제쳐놓는 데 더 익숙하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편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선호준 작가는 작품을 통해 넌지시 말을 건넨다.
예술작품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상에선 보이지 않았던 저편, 그 너머, 경시되었던 것들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이죠. 우리는 그런 예술작품을 통해 케케묵은 판에서 벗어나 새로운 판을 짤 수 있는 아이디어의 실마리를 붙잡을 수 있습니다. 선호준 작가는 더러운 오물을 온몸에 묻혀가며 튀기면서 빠르게 내달리는 바퀴, 누구나가 온갖 더러움의 상징으로 여기는 비천한 존재, 바퀴벌레를 소재로 삼아 이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자동으로 혐오스럽다고 튀어나오는 반응이 과연 편견인 건 아닌지, 눈에 쉬이 보이지 않는 부분이라고 해서 슬쩍 눈을 가리고 말면 그만인지, 그의 작품은 다시 한 번 우리가 눈치채지 못했던 편견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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