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범 작가는 ‘비’를 매개로 한 대상과 상황을 화폭에 담아낸다. 그는 비 오는 날에 촬영한 사진들을 토대로 빗물에 비친 사람이나 건물, 간판 등의 이미지를 서정적으로 묘사한다. “바닥의 거친 질감 위에 맑은 빗물이 스며들어 또 다른 세상으로 가는 연결 통로가 생긴다.”는 작가의 고백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빗물은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일상의 공간과 주관적이고 몽환적인 환상 공간의 경계에서 이 둘을 이어 주는 역할을 한다. 작가의 손에서 재창조된 비 오는 날의 이미지는 구체적인 일상 풍경을 되돌아보게 하는 서정적 울림으로, 때로는 재미있는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추상적 표현으로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받아들이는 공간 속에서 무언가 경험을 하고 ‘삶’을 마음과 몸으로 느끼며” 살아가고자 하는 진솔한 삶의 태도가 작품 곳곳에서 묻어난다.
비 오는 날, 거리를 호젓하게 거닐며 찍은 풍경이 화폭에 오롯이 담겨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익숙한 것 같으면서 낯설고, 구체적인 듯하면서도 추상적인 그림에는 세상을 향한 작가의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현실과 환상, 객관과 주관, 구상과 추상이 화면 위에서 따스하게 공존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의 공간이 특별한 판타지의 세계가 되기도 하는 마법이 일어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서로 달라 보이는 두 세계가 실제로는 하나로 이어져 있고, 그 열쇠를 찾는 것은 우리 마음에 달렸다는 것. 작가가 특유의 소리와 냄새, 습도 등, 비가 내려야만 비로소 보이는 세상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싶어 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런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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