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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건물을 그리며 무너지는 듯 한 감정을 과감하게 보여주던 김윤선 작가는, 어느새 넓은 여백 가운데 자리한 아주 작은 일상의 물건들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고요하고 정적인 정서를 담은 드로잉 작업으로의 전환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이 커다란 전환의 틈에서도 사진 이미지로부터 출발하는 일관된 경로와 함께, 일상의 범주에서 채택된 풍경이라는 공통점으로 ‘삻의 흔적’과 ‘기억의 대상’을 그려낸다. 김윤선 작가의 회화에는 분명 대상을 오랫동안 들여다 본 지난한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데 이로써 정지된 시간의 이미지를 자신만의 화법으로 만들며 ‘멈춘 사물의 이미지’로부터 지난 기억의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재생의 장치, 혹은 기억의 실마리와 같은 역할로 작동시킨다.
우리는 한번 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과 상처를 경험하곤 합니다. 그럴때면 우리의 마음은 마치 한순간의 거대한 힘이 휩쓸고 지나간 이후의 풍경과도 같죠. 김윤선 작가는 이처럼 우리의 의지를 벗어난 재난과 고통을 무너진 풍경을 소재로 그려내며 이를 마주합니다. 재난의 잔재들은 묵직한 유화의 물성과 함께 머뭇거린 흔적 없이 쏟아져 내리고, 쏟아질 것들이 모두 쏟아지고 난 뒤 그 멈춰진 시간에는 수많은 기둥들이 서로를 애타게 버티고 있었음을 폭로하는듯 합니다. 이렇듯 부서진 풍경의 상태를 통해 무수한 감정과 관계들이 얽기섥기 엮인 삶의 면면을 은유하는 김윤선 작가의 회화에서는 화면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파열음 사이 사이에 떠도는 적막과 허무, 그리고 고통과 고뇌, 아울러 치유와 희망 같은 여러 감정들의 더미들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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