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건물을 그리며 무너지는 듯 한 감정을 과감하게 보여주던 김윤선 작가는, 어느새 넓은 여백 가운데 자리한 아주 작은 일상의 물건들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고요하고 정적인 정서를 담은 드로잉 작업으로의 전환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이 커다란 전환의 틈에서도 사진 이미지로부터 출발하는 일관된 경로와 함께, 일상의 범주에서 채택된 풍경이라는 공통점으로 ‘삻의 흔적’과 ‘기억의 대상’을 그려낸다. 김윤선 작가의 회화에는 분명 대상을 오랫동안 들여다 본 지난한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데 이로써 정지된 시간의 이미지를 자신만의 화법으로 만들며 ‘멈춘 사물의 이미지’로부터 지난 기억의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재생의 장치, 혹은 기억의 실마리와 같은 역할로 작동시킨다.
평소엔 쉽게 지나치던 무언가를 한동안 들여다보면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변화하는 내면의 감정이나 대상으로 인해 떠오르는 기억으로, 우리는 바라보던 대상에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투영하며 나름의 의미를 만들어내곤 합니다. 이렇게 생겨나는 의미들은 곧 삶의 여운으로 두둑하게 자리하는데요, 예컨데 김윤선 작가의 작품은 사물에게 말을 거는 과정을 회화로써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극히 일상적이고 작은 물건들, 압정, 깎고 난 연필조각, 휴지조각, 등 Evidence 시리즈에서는 보는 이로 하여금 이러한 일상의 부스러기와 같은 사물에 귀를 기울이도록 이미지를 엮어내고, 이로써 김윤선 작가의 회화는 우리가 흔히 지나치던 사물들을 다시금 들여다보며 조금 더 섬세한 눈과 의식을 깨우는 그립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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