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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형 작가의 2010년 이후 작품들에서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굴의 형상이 나타난다. 실제 세계에서 볼 수 있는 굴과 달리 다양한 색과 주름을 갖고 나타나는 이 굴은, 사람 마음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기 위한 통로에 대한 회화적 은유이다. 작가는 의식 상에서 나타나는 각양각색의 생각과 감정의 이면에 존재하는 무의식의 세계에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보편적인 기억이 존재한다는 집단 무의식 이론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킨다. 칼 융(Carl Gustav Jung)은 각기 다른 문화권의 신화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가 있다는 것을 근거로 이를 주장한다. 이 기억은 무의식 상에 있기에 분명하게 의식할 수 없다. 단지 의식에 떠오르는 여러 느낌들 속에서 집단적 기억의 징후를 어렴풋하게 감지해낼 수 있을 뿐이다. 작가는 이 어렴풋한 느낌을 따라서 전반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그 위에 구체적인 이미지를 덧대는 방식으로 작업하며, 이로써 무의식의 세계로 열려있는 하나의 문을 완성한다. 무의식의 세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집단 무의식의 조각은 보편적이며 근원적이라는 점에서 로고스(logos)로 일컬어지는 진리와 맥을 같이 한다. 이로써 작가는 무의식의 심연을 헤매는 일을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는 진리의 탐구와 유비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행동들은 대부분 계획적으로, 의도적으로 하는 행동입니다. 사람들은 의식을 매개하지 않고 일어나는 행동들을 신체적 메커니즘 혹은 심리적 메커니즘을 통해서 설명하려고 합니다. 뜨거운 것을 만지면 자동적으로 손을 떼는 메커니즘이 이에 대한 예가 될 수 있지요. 무의식도 처음에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는 행동들을 설명하기 위해서 상정되었습니다. 개인의 해소되지 못한 욕망 등이 무의식에 축적되어 나중에 비합리적 습관으로 나타난다고 보았던 것이죠. 그러나 융은 더 나아가 무의식이 해소되지 못한 욕망의 저장소일뿐만 아니라, 아주 오래 전의 인류로부터 전승되어온 기억 또한 무의식에 저장된다고 보았습니다. 즉 무의식은 단순히 개인의 비합리적인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인간의 이해를 위해서 살펴봐야 하는 곳이 된 것입니다. 작가는 이런 의미의 무의식을 소재로 삼았으며, 집단의 기억을 찾아 무의식을 헤매는 과정을 진리를 탐구하는 여정에 빗댑니다. 작품과 함께 인류의 근원적인 기억을 향한 여정을 시작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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