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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선 작가는 순간(moment)의 시각화를 통해 감상자들이 시간을 새롭게 보는 것을 돕는다. 순간은 일반적으로 인식조차 될 수 없는 찰나로 이해된다. 이는 기존의 선형적인 시간관에서 순간은 과거와 미래로 무한하게 뻗은 직선을 구성하는 하나의 작은 점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순간을 점 대신 단면으로 보길 제안하며, 캔버스 위에 작가가 상상한 순간의 단면을 담는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순간의 모호한 성질은 번짐으로 표현되었고, 금방 지나가버리는 순간의 빠른 속도는 직선으로 표현되었다. 작은 동그라미들의 촘촘한 연결이 만들어내는 곡선은 마치 순간을 묶어놓고 있는 사슬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순간에 대한 다양한 사유를 촉발하는 요소들을 캔버스 내에 배치함으로써, 매 순간순간이 수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으며 시간은 그런 순간들의 연속으로 만들어진 보다 풍성한 그 무엇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현대인들에게 시간은 어떻게 인식될까요.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 그렇기에 의미있게 잘 써야하는 것으로 이해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에 더욱 팍팍해진 현실은 알차게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강박을 낳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뭘 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지만 시간이 뜨는 것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 그 시간을 쪼개서 뭐라도 하길 권유하는 사회,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감상자들이 시간을 대하는 태도를 되짚어보게 합니다. 작가가 제시하는 시간의 이미지는 의지나 계획에 의해서 규정되지 않는 수많은 가능성들을 내포하는 것으로, 생산적으로 써야하는 텅 비어있는 시간과는 대비됩니다. 작가의 작품과 함께 우리가 시간을 어떤 식으로 사용하고 있었는지, 그런 습관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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