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경 작가의 회화는 그가 유년시절 읽었던 추리소설에 바탕을 둔다. 이야기의 바탕은 주로 가정집 식탁, 침실, 계단, 옷장과 같이 사적인 공간이 중심이 된다. 화면에 잘려진 채 드러나는 인간의 신체 일부, 검은 고양이, 해골은 그 가정집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음을 예측하게끔 하는 긴장감을 준다. 조용하지만 서늘한 화면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는 표면 위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가족 내의 은밀한 폭력과 상처를 드러낸다. 가족은 사회의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로 인간이라는 존재와 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다. 작가는 이런 가정을 소멸이라는 소재와 연관시킴으로써 역설적으로 우리 인간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중세시대 위대한 철학자이자 신학자였던 성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는 그의 저서 『고백록(Confessions)』 에서 인간의 삶을 태어날 때부터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삶”, “생명을 향해 나아가는 죽음”이라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박수경 작가는 해골, 유리잔, 음식을 통해 세속적 삶의 덧없음을, 침대 아래로 힘없이 떨어지는 팔, 다리 등의 신체 표현을 통해 죽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엮여 있는 인간의 유한한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필연적인 운명 앞에서 우리가 어디에 가치를 두고 살아갈 것인지 묻고 있습니다. 박수경 작가의 작품과 함께 한 권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경험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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