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요한 작가의 그림은 다소 음울하고 불안한 면을 지닌다. 작가는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 ‘다른 것을 그릴 수 없다’며 세월호에 관한 일련의 작업들을 내놓았다. 그림에 나타나는 지울 수 없는 어두움은 사건 자체가 가지고 있는 비극성과 결을 함께 하는 것이다. 작가의 시리즈 중 배가 통째로 뒤집혀 일부만이 바다 위로 보이는 세월호 사건의 대표적 사진 이미지를 비교적 직접적으로 연상케 하는 <우리 모두 가만히 있었다>를 제외한다면, 다른 그림들은 전부 삼각형과 사각형, 곡선과 직선 등으로만 이루어진 추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검은색 내지 회색이 기본이 되며, 사용되는 색의 명도 역시 극히 낮다는 점은 이 추상이 ‘담고 있는’ 메세지가 절대로 밝은 것일 수 없음을 보여준다. 서로 겹쳐지거나, 교묘하게 무언가 보여주는 듯 가리는 그림 속 도형과 선들은 불안한 모양새이다.
세월호 사건은 대한민국 그 누구에게라도 잊지 못할 일일 것입니다. 곽요한 작가의 그림은 사건의 비극을 추상적으로 재해석하고 기억하도록 합니다. 시리즈 중 <보이지 않는>, <은폐를 은폐하다>와 같은 작가의 작업은 누군가에게는 현실의 무엇과 관련시키기 어려운 것일지 모르지만, 그날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에게라면 무엇보다 선명한 비극을 떠올리게 할 것입니다. 작가가 그림 자체를 통해서 혹은 제목을 통해서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식의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그림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을 계속하여 처절하게 담지하고 있는 저장소이며, 사건 이후 다른 것을 그릴 수 없었다는 작가에게는 그릴 수밖에 없는 것, 사건 이후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감상자에게는 눈 돌리지 않고 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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