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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 작가는 과거의 경험과 기억의 심리적, 정서적 반응의 관계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출발하여, 기억과 흔적이 만들어내는 허구적 상에 대한 경계와 성찰을 제안한다. 이를 내재하는 작가의 ‘Smellscape’ 시리즈는 특정 장소의 풍경에서 비롯해 작가 본인이 형성하게 된 심리적 유대감, 그리고 당시의 기억을 반영하여 대상을 거대한 향의 덩어리 처럼 보는 관점이다. 이는 마치 프랑스인들이 향수를 뿌릴 때, ‘향을 입는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마치 어떤 감각이나 정서를 한 겹, 한 겹, 얇게 혹은 두텁게 쌓인 감각적 구조의 단층으로서 형상화한다. 이로써 박경 작가는 무언가를 잡았던 느낌을 기억하는 손과, 무언가를 잡으려고 애쓰는 손으로 우리의 인식 속 균열의 틈을 살피며 겹겹이 뒤집어 쓴 인상에 대한 현현(玄玄)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과거의 기억은 촘촘하게 쌓인 지층의 모양으로 현재를 지탱하도록 합니다. 마치 우리가 모여 살며 딛고있는 대지의 모습처럼 말이죠. 박경 작가는 그렇게 사건의 사이 사이를 시간으로 엮는 과정에 축적된 기억과, 부지런히 작동하는 망각, 그리고 능청스럽게 발생하는 왜곡의 움직임을 후각이라는 감각적 질료로 형상화 합니다. 예를들어 가장 지속력이 강하고 오래 남아 잔향을 이루는 베이스노트와 느리고 부드러운 미들노트, 그리고 첫인상을 제시하는 탑노트로 구성되는 향수의 구조를 빗대어 은유합니다. 이로써 박경 작가는 시간이 지나면 휘발되어 사라지는 냄새와도 같이 채록할 수 없고 증명할 수 없지만 문득 풍기는 기억과 인식의 세계를 성찰의 심연으로 유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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