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경 작가의 회화적 탐색은 동일한 정경을 끝없이 바라보는 데에서 시작된다. 그 결과로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을 하나의 장면으로 얇게 겹쳐낸 화면에는 숱한 순간이 축적되어 있다. 해안 도로의 가로등, 도시 어딘가에 놓인 빌딩 등 일상 속의 평범한 조각들은 작가의 조형 언어를 이루는 구절이 되고, 단어가 된다. 태양과 구름의 흔적으로 시각화된 세월은 어딘가 가벼워 보이지만, 시간의 무게는 문장과 문단으로 재탄생하여 상반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한편, 작가의 표현 방식에서는 하나의 색채가 또 다른 색채를 받아들이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요구된다. 부단한 기다림을 넘어 켜켜이 쌓인 물감의 틈에서, 감상자들은 결국 평범함으로 치부되어 왔던 것들의 존재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몇 시간이고 한곳에 머무르며 구름의 흐름과 하늘의 변화를 한 겹 한 겹 풀어낸 듯한 김민경 작가의 작품은 시간의 두께를 담아냅니다. 새벽의 어슴푸레한 빛과 노을이 지는 바닷가의 모습을 동시에 겹쳐 둔 <daze> 연작은 그 시간성을 보다 명징하게 보여주는 듯합니다. 찰나의 순간들을 포착한 작가는 이를 중첩시켜 새롭고도 익숙한 정경으로 다시금 표현해냅니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진리와 같이, 캔버스 화면을 가득 메운 풍경은 일상의 유한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움은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지만, 관점에 따라 그 순간들 또한 영원히 존재할 수 있게 됩니다. 수많은 색채가 혼재된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의 일상도 특별한 추억으로 새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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