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희 작가는 ‘어둠의 입체감’을 현실적이고도 멋스럽게 표현해낸다. 사실적인 이미지 앞뒤로 시간과 공간을 휘감는 빛과 그림자의 중첩된 시간을 기록하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저 깊은 곳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에 자연스레 이끌리게 만든다. 전봇대, 분수, 동전, 지폐 등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요소들이 저 깊은 어둠에 가려져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별다른 차이 없이 서로 비슷한 풍경 같지만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어둠 속에는 끝없는 갈망, 욕망, 바로 우리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만 같다. 한번 눈길을 준 이들은 결코 김동희 작가의 그림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아닐까. 김동희 작가의 그림은 도시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그림자를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요즘 사람들은 ‘무기력 증후군’에 빠져 있습니다. 계획과 목표가 꽉 찬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데, 어딘지 모르게 텅 빈 것 같고 공허한 기분이 들거든요. 김동희 작가의 그림을 보다 보면 출구를 알 수 없는 깊은 어둠이 고요히 나를 응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쉴 틈 없이 분주하지만 마음 한구석 꽉 막힌 듯 답답한 속내를 닮은 것도 같고요. 그저 그림을 바라볼 뿐인데 마음이 고요해지는 기분입니다. 화려한 장식이나 포장 없이, 지금 여기의 내면 풍경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주로 목탄이나 콩테를 이용해 한 겹 한 겹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작가의 그림을 바라보면서, 일상에 켜켜이 쌓여가는 감정과 시간, 공간의 기록을 내밀하게 털어놓는 위로의 경험을 나누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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