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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작가는 익숙한 듯하지만, 기이하고 낯선 느낌을 주는 공간을 그린다. 잘린 사슴의 마리나 바리케이트처럼 집에서 보통 찾아볼 수 없는 소재들의 배치가 이런 느낌을 불러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 회색, 검은색 등 무채색으로 칠해진 공간의 바닥이나 벽은 묵직한 느낌을 가미한다. 작가는 익숙한 일상의 공간에 낯설고 무거운 느낌을 가미함으로써, 현대인들의 삶의 목적이 되어버린 좋은 집에 대한 고정관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나라에서 내 집 마련 이란 곧 행복과 안정의 상징으로 간주된다. 사람들은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밤낮없이 일하며 긴 노동에서 온 정신적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 사소하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장식용 가구나 사치품을 구입한다. 일터라는 전쟁에서 승리한 후 얻은 ‘전리품’처럼 가구와 사치품들은 집안 곳곳을 차지하는데, 작가는 이런 사치품들을 기묘한 방식으로 공간 속에 끼워 넣는다. 이는 좋은 집에서 사치품들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나타낸다.
채도가 높은 빨강, 노랑 등과 무채색의 벽, 바닥 등이 극단적인 색의 대비를 이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화장실이나 방, 거실 등 일상적 삶의 공간을 그린 듯하지만, 작품 속 공간에서는 사람의 모습을 비롯해서 어떤 자연스러운 삶의 흔적도 느낄 수 없습니다. 작가는 가구 및 장식물들을 기이하게 배치함으로써, 행복과 안정을 보장해주는 나의 집, 나의 방이 사실은 굉장한 결핍을 토대로 성립되어 있다는 모순을 강조합니다. 실제로 치솟는 집값은 삶의 질의 저하와 연관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사람들은 보다 안정적인 생활 환경에서 살기 위해서 자신의 삶을 내놓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안정적인 생활 환경을 포기하고 그로 인한 삶의 질의 저하까지 감수합니다. 결국 집이 먼저인지, 사람이 먼저인지를 질문하게 되죠. 김민경 작가의 작품과 함께, 우리의 삶에서 집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시는 시간을 가져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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