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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하 작가의 새로운 작품 시리즈는 모란(牡丹)을 소재로 하고 있다. 예로부터 부귀를 상징했던 모란은 자주 중요한 행사 또는 귀중한 곳을 장식하는 용도로 활용되었다. 가령 신혼방, 안방, 또는 비단으로 만들어지는 혼례용 활옷 등이 그것이다. 또한 그 의미로 인해 그림의 소재로도 자주 등장하며 다양한 갈래의 모란도가 탄생하게 되었다. 배정하 작가는 이처럼 우리 민족의 깊은 뜻이 담긴 모란의 의미를 그대로 작품에 담아내고자 하였다. 이에 더하여 모란을 그려낸 짙푸른 청색은 액운을 막아주는 의도로 적용되었다. 옛부터 고귀한 색으로 여겨져 온 푸른색은 음양오행설과 연관지어보면 봄(春), 청룡(靑龍), 목(木), 액운을 막는 벽사(辟邪)의 개념을 가지며, 생명력과 생성을 뜻한다.
화면 속 그릇에는 화사하게 꽃이 만개하고 나비가 날아들고 있으며, 해와 달이 함께 떠있는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독특한 질감이 느껴지는 전통적인 도자기는 화려하지 않은 색채로 표현되었지만 이 모든 것들을 담아낼 수 있을 만큼 크며 생동감이 넘치는 듯합니다. 그리고 만물을 끌어안은 자태를 한 그릇이지만 동시에 아무 욕심 없는 듯 초연하고 고고하게 공중에 떠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여유로운 포용력이 느껴지는 도자기의 모습은 보는 이의 감성을 감싸 안으며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조용하고 담백하게, 그러나 크고 담대하게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이 작품을 통해 용기와 위로를 얻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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