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작가의 그림은 수묵화와 수채화의 느낌을 둘 다 가지고 있다. 작가가 그림에서 주된 대상으로 삼고 있는 나무와 풀은 수묵화로, 나머지 것들은 곱게 채색된 채색화로 표현된다. 섬세하게 표현된 풀잎과 나무는 마치 수목원에 온 듯 편안하고도 평화로운 분위기를 주며 수묵 기법은 작품 속 대상에 아련한 느낌을 더해주고 그 외의 부분은 부드러운 파스텔 톤과 자연의 다소 강렬한 색감들이 어우러져 채색되어 있다. 그림 속 풍경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흑백과 채색의 대비를 통해 마치 일상적 시공간에 낯선 변화가 찾아온 듯 보인다. 장지 밑에 비단을 놓고 펜으로 문질러 그린 프로타주 기법은 자연이 주는 다양하고도 풍부한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색 없이 그려졌으나 다채로운 자연과 조화롭게 채색되었으나 어딘지 멈춰있는 인상을 주는 나머지 공간은 색감과 기운을 통해 서로 조용한 대화를 나누는 듯하다. 작가의 그리기 방식은 분명히 고유한 방식이지만 그 풍경은 일말의 억지스러움도 없이 고즈넉하다.
우리의 일상적 삶에는 사실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존재하고 있습니다. 단지 우리가 그것에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뿐이겠지요. 김현주 작가의 그림에는 우리 일상 속 식물들이 가운데 자리를 잡습니다. 그런데 그림 속 식물들은 다른 것과는 달리 흑백으로, 즉 수묵기법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비단을 종이 밑에 대고 그린 식물의 잎사귀들은 흑백인데도 불구하고 가까이서 계속 들여다보아도 지겹지 않을 만한 다채로움을 담고 있습니다. 편안하지만 감각적인 색감으로 채색되어 있는 나머지 공간은 감상자인 ‘나’가 서 있는 공간과 이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며, 마치 그 공간에서 흑백의 식물 혹은 식물의 공간을 응시하고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은 자신 안에 또 다른 공간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2차원이 아닌 3차원을 전시 장소 안으로 데리고 올 것입니다. 그림을 통해 편안함과 색다름을 동시에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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