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배경 속에서 한 그루 나무가 스러질 듯 스러지지는 않고 끝내 버텨 존재를 알린다.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단 한순간도 쉽거나 가볍지 않았던 인생의 무게와 삶의 곡절이 옹이처럼 박힌 나뭇가지들, 세상 풍파를 피하지 않고 묵묵히 한자리에 뿌리내린 채 받아들이고 감내한 고목의 모습은 이내 홀로 고독한 수행의 길을 걷는 수도자를 떠올리게 한다. 인간과 우주 만물의 존재에 대한 명상과 사유를 담아내는 작가는 특정 대상을 재현하기 보다는 그 행위와 사색의 흔적을 수행적으로 작품에 담아낸다. 특히 나무를 둘러싼 배경을 표현함에 있어 얇은 선들을 무수히 겹치고 겹쳐 밀도 있는 침묵의 공간으로 승화시킨 작가의 수고로움 앞에서 우리는 경건함을 느끼게 된다. 이들 작품에는 감정과 영혼을 정화시켜 짙은 울트라마린블루(Ultramarine blue)의 푸른 향을 피워내려 한 작가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 관람자는 작품을 마주하는 사이 어느새 깊은 위로와 다독임이 선물처럼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는 듯한 묵직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회색과 어두운 청색 계열의 배경 위에 고독한 한 그루 고목이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미명(未明)을 밝히는 여명처럼 흐릿한 기운이 희미하게 작품을 밝힙니다. 묵직한 울림과 진지한 무게를 지닌 이들 작품은 들뜨고 화려한 추상화들 사이에서 단연 존재감이 돋보입니다. 특히 작가가 수많은 선을 층층이 겹쳐 만들어낸 배경의 공간감과 깊이감은 탄성을 자아냅니다. 한 획씩 쌓아 올린 선은 바람과 같이 나무를 둘러싼 자연 현상인 것도 같기도 하고, 숱하게 겹치고 얽힌 인연의 매듭인 것도 같기도, 침묵 속에서 얽히고설킨 사유의 단상인 것 같기도 합니다. 화면 속 고목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삶에 단단히 뿌리내린 채 오늘을 살아갑니다. 묵묵한 고목이 건네는 깊은 위로를 느끼며 번잡한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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