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록 작가의 작품 제목인 율려(律呂)는 우리나라의 전통 악률을 통칭하는 단어로 12율의 양률(陽律)과 음려(陰呂)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작가는 2000년대 초반 시작한 율려 작업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데, 이는 비단 음악뿐 아니라 한국 미학의 개념으로도 회자되기도 하는 개념이라고 한다. 이러한 제목 선정에서도 볼 수 있듯 작가는 작품에 있어 그것이 지닐 수 있는 미학, 철학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고유의 것, 우리 사상의 근원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그가 작품에서 사용하는 주요색상은 우리나라의 오방색을 닮았고, 추상적인 형태들에서는 생명의 시작과도 같은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진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라는 표현처럼 이 작품에는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깊은 철학적인 의미와 감성적인 표현법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작품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우리의 근원에 대한 고민, 이에 대한 작가만의 해석 등은 감상자 역시 깊은 사색에 잠길 수 있게 합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상당한 존재감을 가진 원색의, 두터운 마띠에르는 지극히 직관적으로 작품을 보도록 유도하고 있기도 합니다. 어느 한 곳에 힘이 응축된 듯하다가도, 이내 그 긴장감을 이완시키는 다양한 형상들은 하나의 화면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감상자를 집중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비슷한 듯 하지만 단 하나도 같지 않은 작가의 작품 중 내게 가장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은 어떤 것일지, 천천히 감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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